드라마의 여주인공처럼 인중 길이를 줄여 달라며 성형외과를 찾는 젊은 여성이 많다고 한다. 바뀐 미인의 기준 때문이란다. 한국인의 외모 집착은 다른 나라 사람에게는 특별한 현상으로 보일 정도로 우리 사회는 성형에 많은 관심을 기울인다. 거리마다 성형외과와 성형미인이 넘쳐나고, 강남의 한 성형외과는 닮은꼴 미인을 찍어내는 미인복제공장으로 유명하다.
얼짱 열풍은 욕망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외모도 스펙이라 취업이나 업무 평가에 영향을 준다는 인식 때문에 성형을 해서라도 경쟁력을 키우겠다는 몸부림 현상일 것이다. 몸은 부모한테 받은 고귀한 것이므로 감히 손상하지 않는 것이 효의 시작이라는 예기의 가르침은 빛바랜 책갈피에 갇혀 잊혀진 지 오래다. 호감과 경쟁력을 얻기 위해 타인의 잣대에 맞춰 몸을 개조해야 한다니 참 씁쓸하다.
유전자의 결정체인 외모를 바꿔 성형미인으로 새 인생을 맞으려다 성형폐인이 된 사례가 드물지 않다. 사회생활이 불가능할 정도의 심각한 정신장애를 입고 혹독한 대가를 치르거나 심지어 자존감이나 정체성을 잃고 목숨을 끊는 것을 보면 강심장이 아니고는 수술대에 눕는 일이 쉽지는 않을 것 같다.
자신의 외모에 절대만족하거나 미의 기준에 모두 부합하는 모습을 갖춘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기준에 부합하지 못한 부분이 성형의 대상이라면 모든 사람은 성형수술이 필요한 환자일 수 있다. 그러나 모두 수술하지는 않는다. 욕망은 같을지라도 정체성이나 가치관에 따라 추구하는 방법은 다르기 때문이다. 미의 기준은 시대에 따라 다르거니와 성형에도 트렌드가 있는데 변화의 때마다 어떻게 개보수하겠는가.
이 순간에도 성형에 대해 갈등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성형을 통해 얼마나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을까. 만족감이 보장된 것도 아니고 과도하게 욕심 부리다 실패하면 본연의 모습을 찾을 수도 없으니 신중하게 선택해야 할 것이다. 변덕스러운 미의 기준에 맞춰 몸을 성형하려는 자신의 마음을 향해 공격적으로 도전해보는 것은 어떨까.
김세원(에세이스트)
[살며 사랑하며-김세원] 성형의 늪
입력 2016-04-05 17: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