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화가 한만영(성신여대 명예교수)은 얼마 전 결혼 30주년을 맞이한 지인의 집에 초대받았다. 집안에 들어서자 거실에 걸려 있는 자신의 작품을 보고 깜짝 놀랐다. 명품 대신 선물로 그림을 구입하고는 작가를 초대한 것이다. 작가는 “명품은 받는 사람이 좋아하겠지만 그림은 가족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선물이어서 즐겁다”는 지인의 설명에 감동했다고 한다.
특별한 날에 그림 선물은 어떨까. 서울 종로구 인사동길 노화랑에서 6∼15일 열리는 ‘작은 그림·큰마음’ 전은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인기작가의 작품을 살 수 있는 기회다. 10명의 작가가 10점씩 총 100점을 내놓는다. 행복한 가족을 그린 김덕기의 ‘함께하는 시간’(왼쪽 사진), 현장에서 붓질하는 김성원의 ‘소나무’, 단색화 1.5세대인 김태호의 ‘내재율’, 얼음 속에 피어난 생명력을 담은 박성민의 ‘아이스캡슐’이 나온다.
서정적인 추상화를 보여주는 서승원의 ‘동시성’, 사과그림으로 유명한 윤병락의 ‘가을 향기’, 말과 책이 어우러진 이석주의 ‘사유적 공간’이 봄기운을 전한다. 한지 작업으로 세계 미술시장에서도 주목 받는 전광영의 ‘접합’, 일상 소재를 화면에 옮긴 전병현의 ‘모자’, 전통적인 감성에 팝아트를 접목시킨 한만영의 ‘시간의 재생-프리다’(오른쪽) 등이 눈길을 끈다.
1991년 출발한 이 전시는 올해로 13회째다. 해마다 개막도 하기 전에 몇몇 작가 작품은 이미 판매되고 전시 첫날에는 컬렉터들이 아침부터 길게 줄을 서기도 했다. 그림값은 점당 200만원으로 정찰제다. 불황에도 ‘솔드아웃(매진)’을 이어가는 이례적인 전시다. 출품작은 4호 안팎으로 작지만 그림이 전하는 울림과 감동은 크다(02-732-3558).
이광형 문화전문기자 ghlee@kmib.co.kr
작지만 알찬 ‘회화의 성찬’… 노화랑 ‘작은 그림·큰 마음’ 展
입력 2016-04-05 18: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