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은 기독교 영화 만들고 아버지는 그 영화로 청년들 영성 깨우는 토크쇼

입력 2016-04-05 18:42 수정 2016-04-05 22:29
전문인 팀사역 선교단체 ‘케어코너즈’의 이창호 대표(오른쪽)와 아들 이보람 전도사가 케어코너즈 홍보물을 배경으로 포즈를 취했다. 케어코너즈 제공
이 대표가 열린집회 ‘브레이크 타임’에서 토크쇼를 하는 모습. 케어코너즈 제공
영화 ‘라이프(LIFE)’의 출연 배우들. 케어코너즈 제공
아들은 기독교 영화를 만들고 아버지는 그 영화를 청년들에게 보여주며 선교비전을 심고 있다. 매달 마지막 주에 갖는 열린 집회 ‘브레이크 타임’에서다. 아버지는 이 집회에서 토크쇼를 진행한다. 전문인 팀사역 선교단체인 ‘케어코너즈(CareCorners)’의 이창호(60) 대표와 아들 이보람(33) 전도사 이야기다.

아들이 만든 영화는 교계에서 이미 정평이 난 ‘라이프(LIFE)’ 시리즈다. 소개팅 동성애 도박 등 기독 청년들이 겪는 일상을 다룬 30분 내외의 영상이다. 현재 6편까지 제작됐으며 이 중 2편은 최근 국제기독교영상대전에서 대상을 받았다.

영화 ‘라이프’는 이 전도사가 대본을 쓰고 연출을 맡았다. 신은섭 임재민 홍아론 등 이 전도사의 지인들이 배우로 출연한다. 지인들 몇 명이 의기투합해 대충 만든 것 같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제대로 만든 한 편의 단편 영화다. 대본도 만들고 전문 장비를 대여해 촬영도 했다. 이 전도사의 지인인 출연진도 실제 연기자들이다.

보통 30분 분량을 촬영하려면 출연료가 2000만원 정도 든다. 하지만 배우들은 기독영화 출연이 자신들에게는 ‘사역(ministry)’이라며 출연료를 받지 않는다. 그래서 자장면 값을 포함해 영화제작비가 총 5만원도 안 든다고 이 전도사는 말했다.

이 대표는 이렇게 만들어진 영화를 보여주며 ‘인생이란 무엇인가’ ‘배우자를 어떻게 선택할 것인가’ 등의 질문을 던졌다. 이 대표는 “공감되는 내용이다 보니 청년들이 영화에 더 집중하는 것 같다”며 “그래서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50여명으로 시작한 열린 집회는 6회를 거치며 참석자가 200여명으로 늘었다. “200명 이상 앉을 수 있는 공연장은 종교집회를 위해 대관해 줄 수 없다고 해 장소를 구하기가 쉽지 않지만 호응하는 청년들이 많아지니까 보람이 있습니다. 이곳에서 은혜 받은 청년들이 세계 선교에 헌신했으면 좋겠습니다.”(이 대표)

이 대표 부자는 영상과 토크쇼라는 문화 코드로 문화 사역을 하고 있지만 궁극적인 목표는 세계 선교다. 서울 강남에서 잘 나가던 치과 개업의였던 이 대표는 한때 해외 선교사로 사역했었다. 1990년대 초 한국전문인선교훈련원(GPTI)을 알게 돼 그곳에서 1기생으로 훈련받았다. 이어 케어코너즈를 창립했고 말레이시아 언어권에서 10여년을 사역했다.

이후 안식년을 얻은 2003년부터는 지경을 넓혀 세계 선교를 위해 기도하고 있다. 지난 7년간 50여 개국을 돌며 현지답사를 했다. 2014년 말 케어코너즈도 재창립했다.

열린 집회는 세계 선교를 위한 청년 일꾼들을 찾는 자리다. “당장 이 청년들에게 케어코너즈와 함께 사역하자는 것은 아니에요. 세계선교를 가슴에 품게 하자는 것입니다.”(이 대표)

영화를 통해 토크쇼를 진행하는 것은 영상에 익숙한 청년들과 소통하기 위해서다. 이 전도사는 “요즘 청년들은 영상으로 소통하고 정보를 얻는다”며 “소통 방식이 글에서 사진으로 변하는 것 같더니 이제는 영상으로 완전히 바뀌었다”고 말했다.

이 전도사는 영화 제작을 제대로 배운 적이 없다. 군 복무 때문에 중퇴한 뉴질랜드 매시대학에서 미디어를 전공한 게 전부다. 한국에서는 대전 침례신학대학교에서 신학을 공부했다. 하지만 취미로 만든 ‘동성애 반대 다큐멘터리’ ‘CCM 뮤직비디오’ 등이 업계에서 주목을 받았다. 뮤직비디오를 제작해 달라는 주문이 이어졌다. ‘라이프’ 시리즈를 올린 유튜브 계정은 구독자가 1500여명이나 된다.

이 전도사는 “더 많은 청년이 세계 선교에 공감할 수 있는 영상을 제작하기 위해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2∼3년 정도 열린 집회를 이어갈 계획”이라며 “이를 통해 청년 200여명을 선교 헌신자로 세우겠다”고 밝혔다. “이후에는 선교훈련원을 설립해 이들을 훈련시킬 것”이라고 덧붙였다(070-8683-4248·carecorners.com).

전병선 기자 junb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