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재헌 등 한국인 196명, 역외 조세도피 의혹 포착

입력 2016-04-04 22:16 수정 2016-04-05 00:12

국제 언론단체가 4일 공개한 역외탈세자 명단에 노태우 전 대통령의 아들 재헌(사진)씨를 비롯한 한국인 196명이 포함됐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매형, 아르헨티나 축구 선수 리오넬 메시가 파나마에 있는 법무법인을 통해 역외 조세도피처로 돈을 빼돌리거나 탈세를 시도한 정황도 포착됐다.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는 76개국 109개 언론사가 참여한 ‘파나마 페이퍼스(Panama Papers)’ 공동 프로젝트팀이 이 같은 사실을 밝혀냈다고 보도했다. 프로젝트는 독일 일간 쥐트도이체 차이퉁이 ‘모색 폰세카’라는 파나마 소재 법무법인의 내부 자료를 입수해 ICIJ에 협업을 요청하면서 시작됐다. 국내 언론 뉴스타파도 취재와 분석 작업에 참여했다.

자료에는 주소지가 한국으로 돼 있는 195명이 포함됐다. 재헌씨는 당초 이 명단에 들지 않았으나 ICIJ 분석 작업에 참여한 국내 언론 뉴스타파가 별도로 이름을 찾아냈다. 재헌씨는 2002년 5월쯤부터 홍콩-파나마-버진아일랜드의 모색 폰세카 지점을 복잡하게 거치면서 페이퍼컴퍼니 3개를 설립해 운영했다. 그는 1년 뒤 페이퍼컴퍼니 2곳을 중국인 ‘첸 카이’에게, 1곳을 한국인 ‘김정환’에게 넘겼다. 매수자 2명이 누구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국세청은 외국 과세 당국과 공조해 재헌씨와 한국인 195명에 대한 사실 파악에 나섰다. 뉴스타파는 “한국인 가운데 국내 주소가 아닌 해외 주소를 기재해 조세도피처에 서류상 회사를 설립하고 비밀계좌를 만든 경우도 많다”고 밝혔다.

ICIJ는 한국인 이외 각국 정상 12명과 그들의 친인척 61명, 포브스 선정 슈퍼리치 29명 등이 역외탈세에 연루됐다고 밝혔다. 자료에는 1997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만들어진 조세도피처 회사 20여곳의 설립과 관련된 서류, 내부 직원끼리 주고받은 이메일이 포함됐다. 규모는 문서 1150만건, 2.6테라바이트 용량으로 2013년 공개된 조세회피 관련 데이터의 10배에 달한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