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김포 줄줄이 유찰… ‘애물단지’ 된 공항면세점

입력 2016-04-05 04:00

김포와 김해국제공항 내 면세점이 운영사업자들에 외면당해 애물단지가 되고 있다. 경쟁이 치열했던 과거와 달리 입찰을 희망하는 사업자가 없어 이례적으로 유찰됐다. 높은 임대료 때문에 입찰을 포기했다는 게 업계의 해명이지만 정부의 시내면세점 추가 지정에 앞서 ‘눈치 보기’를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공항공사는 김포공항 국제선 출국장 면세점 운영자 재공고를 내고 오는 18일까지 추가 입찰 참가 신청을 받는다고 4일 밝혔다. 앞서 유찰된 김해공항도 오는 15일까지 추가 신청을 접수한다. 김해공항과 김포공항은 지난달 30일과 지난 1일 각각 사업자 선정을 위한 입찰을 마감했지만 참여 업체가 한 곳도 없었다.

김포공항 국제선 면세점은 롯데면세점(호텔롯데)과 신라면세점(호텔신라)이 각각 운영하고 있으며 다음 달 12일 특허 만료를 앞두고 있다. 김해공항은 신세계면세점(신세계조선호텔)이 2013년 7월 낙찰받아 운영해 오다 적자폭이 커지면서 지난해 12월 면세점 사업 특허를 반납했다.

면세점 업계는 입찰 불참 이유에 대해 “임대료 부담과 면세점 사업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임대료는 김해공항 641억원, 김포공항 295억·233억원(1구역·2구역)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임대료가 대기업 면세점 사업자들이 부담하기에 턱없이 높은 금액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과거에도 공항면세점의 임대료는 높았지만 2개 이상의 사업자가 입찰에 참여하는 경쟁 입찰 방식을 통해 사업자 선정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공항면세점은 면세 사업에서 상징적인 영역이다. 해외면세점 입찰시 국제공항 면세점 운영 경력이 중요하게 작용한다. 게다가 백화점과 달리 물건을 직접 구입해 판매하는 면세점 사업 특성상 공항면세점 입점 여부도 브랜드 구매력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다. 공항을 찾는 관광객에게 면세점 브랜드를 알리는 홍보 효과도 크다. 특히 김포공항의 경우 일본 등 국제선 노선이 확대되며 대표 관문 중 하나로 꼽힌다.

물론 매출 측면으로만 보면 공항면세점은 높은 임대료 탓에 흑자를 내는 구조는 아니다. 면세점 업계 관계자는 “시내면세점에서 거둬들인 영업이익으로 공항면세점의 적자를 메우는 시스템”이라며 “시내면세점 추가 지정 여부가 면세점 전체 수익과도 직결되기 때문에 섣불리 입찰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시내면세점 추가 허용 여부를 검토해 이달 말 발표한다는 입장이다. 5년 특허가 만료된 이후 신규 입찰에서 탈락한 롯데면세점(롯데월드타워점)과 SK네트웍스(워커힐점)가 추가 허용될 경우 신규 사업권을 따낸 HDC신라, 한화갤러리아 등은 새롭게 문을 연 만큼 인지도 측면에서 불리하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시내면세점이 늘어나면 경쟁이 심화돼 수익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어 섣불리 공항면세점에 들어갔다가 타격을 입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유나 기자 spr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