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경제원이 주최한 ‘제1회 대한민국 건국대통령 이승만 시 공모전’에서 이 전 대통령을 비판하는 내용을 몰래 담은 작품이 최우수작과 입선작으로 뽑힌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자유경제원은 취지에 반하는 글을 응모한 일부 수상작의 입상을 취소한다고 4일 밝혔다. 자유경제원 관계자는 “문제 작품의 응모자를 상대로 법적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공모전은 이 전 대통령 탄생 141주년에 맞춰 기획됐다. 자유경제원은 지난달 24일 수상작 33편을 발표했다.
문제가 된 작품은 최우수작으로 선정된 ‘To the Promised Land’와 입선작 ‘우남찬가’다. 자유경제원 측은 “이 작품들의 첫 글자를 세로로 읽으면 이 전 대통령을 폄훼하는 내용이 등장한다”고 입상 취소 이유를 설명했다. 서울 소재 외국어고 출신의 대학생이 영어로 지은 시 ‘To the Promised Land’는 이 전 대통령을 추앙하는 내용이다. 하지만 각 행의 첫 글자만 따로 모으면 ‘NIGAGARA HAWAII(니가 가라 하와이)’로 읽힌다.
이 전 대통령을 찬양하는 우남찬가 역시 각 행의 첫 글자만 따면 ‘친일인사 고용 민족반역자/ 한강다리 폭파/ 국민 버린 도망자/ 망명정부 건국/ 보도연맹 학살’이 된다. 자유경제원 측은 “최우수상 출품자의 경우 애초 수상작 보도자료에 일부 신상정보가 노출돼 있었다”면서 “우남찬가 출품자의 신상정보는 따로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우남찬가를 작성했다는 한 네티즌은 전날 “공모전 소식에 ‘세로드립’ 시를 썼는데 인터넷 반응이 좋아 응모했고 정말 당선돼 놀랐다”는 인증글을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리기도 했다.
김상기 기자 kitting@kmib.co.kr
‘이승만 詩’ 최우수작, 찬사 아닌 ‘비판’… 앞글자 세로로 읽으면 ‘NIGAGARA HAWAII’
입력 2016-04-04 2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