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건너간 ‘단일화’… 多野, 마이웨이
입력 2016-04-05 04:04
야권이 결국 단일화 없는 총선이라는 ‘낯선 현실’을 맞닥뜨리게 됐다. 복수의 야당이 경쟁하는 4·13총선이 야권 분열에 따른 여당 어부지리에 그칠지, 대선을 앞둔 야권 재편의 신호탄이 될지 전망이 엇갈린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4일부터 투표용지 인쇄에 돌입하면서 야권 단일화 ‘데드라인’이 지났다. 앞으로 특정 후보가 사퇴하더라도 투표용지에는 ‘사퇴’라는 문구가 명시되지 못하게 됐다. 사실상 야권의 후보 단일화는 ‘돌아올 수 없는 다리’가 된 셈이다. 이에 따라 전국 지역구 253곳 중 170여곳에서 야권 후보가 2명 이상이 경쟁하게 됐다.
단일화를 요구해 오던 더불어민주당도 돌아섰다. 더민주 김종인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당 통합을 반대하는 사람들 데리고 단일화를 한다는 얘기는 하나의 공상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며 “그 문제(단일화)에 대해서는 거론 안 하려고 한다. 국민의당이라는 것이 있는지 없는지 모르고서 선거를 하겠다”고 했다. 문재인 전 대표도 “위로부터 야권 단일화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유권자들께서 아래로부터 단일화를 시켜 달라, 호소 드린다”고 했다. 국민의당과 정의당은 일찌감치 ‘각자의 길’로 들어섰다.
익숙한 단일화를 떠난 야당이 처한 선거 환경은 녹록지 않다. 더민주의 경우 각종 여론조사 결과 심장부인 호남에서 국민의당에 크게 뒤지고 있는 데다 수도권에서도 야당 후보 난립 직격탄을 맞고 있다. 야당 후보의 지지율을 단순 합산할 경우 여당 후보를 이기는 지역구가 적지 않지만 단일화 무산으로 이제는 ‘남의 표’가 된 상황이다.
국민의당도 호남에서 선전하고 있지만 수도권으로의 확장이 고민이다. 여론조사 결과 국민의당 후보가 선전하고 있는 수도권 지역은 안철수 상임공동대표의 지역구인 서울 노원병 외에 전무하다. 국민의당이 호남을 석권하더라도 수도권에서 새누리당의 어부지리가 현실화될 경우 ‘분열세력’이라는 더민주의 공세가 예상된다. 안 대표는 이날 “당 대 당 연대는 김종인 대표가 먼저 거부했다. 처음부터 저희 당을 정치공작의 대상으로 삼았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정의당은 말 그대로 고난의 행군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정의당이 주장해온 당 대 당 단일화 실패로 진보 진영의 간판 정치인인 심상정 대표의 생환마저 보장하기 어렵다. 노회찬 전 의원은 경남 창원 성산에서 더민주 후보와 단일화에 성공했지만 당선을 장담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단일화 없는 총선 실험이 야권 내 경쟁과 야권 혁신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반론도 있다. 야당이 단일화에 안주해 패배를 되풀이하기보다는 세력 간 경쟁을 통해 수권 능력을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애초에 더민주와 국민의당 지지층이 정확히 겹치지 않는 상황에서 ‘묻지마식 단일화’는 유권자의 선택을 왜곡하는 ‘정치공학’이 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있다.
김만흠 한국정치아카데미 원장은 “국민의당은 제3당을 만들겠다고 나온 당이다. 근원적으로 각자 지지를 받는 것인데 (더민주가) ‘네가 없었으면 내 표였다’고 말하는 것은 맞지 않다”며 “총선 이후 여야의 재편이 예상되고, 특히 야당은 정당 재편 과정이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새누리당에서도 공천에 반발해 무소속으로 출마한 후보들이 있다. 하지만 강승규 전 의원이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한 서울 마포갑 등을 제외하면 대부분 대구 등 새누리당 텃밭이라 ‘여권 분열’ 효과는 크지 않다는 분석이 대체적이다.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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