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고기 등급판정 기준이 마블링(근내 지방) 양에서 질 위주로 바뀐다. 등급을 5단계(1++, 1+, 1, 2, 3)로 구분하는 형식은 유지하지만 서열화를 지양한다는 차원에서 등급 이름도 ‘웰빙육’ 등으로 변경된다. 축산물품질평가원(축평원)은 쇠고기 등급제 변경 방안을 오는 6월 말까지 마련해 여론 수렴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4일 밝혔다.
쇠고기 등급제는 1992년 도입됐다. 처음엔 3개 등급(1·2·3등급)으로 나눴지만 1등급 출현율이 높아지면서 97년 1+등급이 만들어졌고, 같은 이유로 2004년 1++등급이 신설됐다. 등급은 늘어났지만 등급판정 기준은 24년 이래 쭉 마블링의 양 위주였다. 붉은 쇠고기 육질 사이에 하얀 지방이 대리석처럼 퍼져 있다고 해서 마블링이라고 부른다. 마블링이 가장 많은 쇠고기가 1++등급을 받고 지방이 거의 없는 붉은 쇠고기는 3등급을 받는 구조다.
마블링은 고기의 고소한 맛을 살려주지만 건강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부정적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마블링이 많은 1++등급이 오히려 건강에 좋지 않다는 인식이 퍼졌다. 또 축산농가들이 마블링을 억지로 늘리기 위해 소를 좁은 축사에 가둬놓고 곡물사료만 주는 관행도 문제가 되고 있다. 일부 생활협동조합에서 파는 유기농 사료로 키운 소는 지방이 없다는 이유로 2·3등급을 받는다. 이들 소는 유전자조작(GMO) 옥수수로 만든 곡물사료 대신 건초를 주로 먹고 커 건강에 더 좋다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이에 축평원은 지난해 말부터 쇠고기 등급판정 기준을 보완하는 방안 마련에 착수했다. 지방이 많더라도 한곳에 뭉친 고기보다는 조금 적더라도 가지치기하듯 고루 퍼져 있는 고기에 더 높은 등급을 주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김관태 축평원 R&D 본부장은 “마블링의 양과 질의 종합적인 상태를 고려한 기준을 만들려고 한다”면서 “일본 고급 쇠고기인 와규(和牛)와 같이 식감을 높이는 쪽으로 육질을 개선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1++등급이 좋고 3등급은 나쁘다는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서열식 명칭을 소비자가 등급별 특징을 알기 쉽도록 변경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축평원 관계자는 “예를 들면 3등급은 웰빙육 등으로 바꾸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쇠고기 이력정보 조회처럼 스마트폰을 통해 구입 전에 손쉽게 등급 조회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그러나 마블링 위주의 판정 기준이 근본적으로 변하지 않아 상향 평준화가 된 현행 등급체계는 크게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2014년 기준 1++등급 한우(9.5%)를 포함해 1등급 이상 한우 출현율은 65%에 달한다. 김 본부장은 “등급을 바꾼다고 해도 10% 내외의 1++등급 출현율은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며 “한우를 일본 와규처럼 고급화하려는 데 더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세종=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
“마블링 양보다 질”… 음매∼ 쇠고기 등급기준 바뀐대요
입력 2016-04-04 21: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