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해소하자며 고임금 근로자의 임금상승 자제 등을 추진하는 가운데 한국 노동시장 내 심한 격차의 근본 원인을 둘러싼 논란도 커지고 있다. 대기업 정규직 근로자의 ‘높은 임금’을 탓하기에 앞서 중소기업이 대기업의 ‘하청업체’로 전락할 수밖에 없는 경제구조 문제를 들여다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정부는 지난달 10일 ‘노동시장 이중구조 해소를 통한 상생고용 촉진대책’을 발표했다. 대기업 정규직 근로자의 임금이 100일 때 중소기업 비정규직의 임금은 34정도에 불과할 정도로 극심한 한국 노동시장 내 양극화를 해소하자는 것이 요지다. 문제는 원인 진단과 방법이다.
정부는 대기업·공공기관 등을 중심으로 임금 상위 10% 근로자들의 임금 상승을 자제시키고, 이를 통해 청년 채용을 확대하고 협력업체 등 중소기업의 임금 상승을 지원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여기에는 “노동조합이 있는 대기업 정규직 근로자들의 고용·임금 조건이 지나치게 경직적이고 과하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대기업 정규직 근로자의 임금이 너무 높아 노동시장 내 양극화가 심해졌다고 본 셈이다.
그런데 대기업 정규직의 임금 상승을 자제시키는 것이 문제해결 수단이 될 수 있느냐는 반론이 높아지고 있다.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가 최근 발간한 ‘월간 노사정 3월호’에 기고한 류장수 부산대 경제학과 교수는 “대기업의 높은 자본비율 등에서 임금 격차의 원인을 찾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류 교수는 “대기업의 노조 등이 중소기업보다 더 큰 목소리를 내는 점 등이 임금 격차 확대에 영향을 미쳤다”고 지적하면서도 “중소기업을 하청업체가 아닌 명실상부한 협력업체로 자리매김시키는 것이 임금격차 해소의 출발점”이라고 밝혔다.
중소기업이 자생할 수 있는 경제 환경을 먼저 만들어야 한다는 얘기다. 또 다른 기고자인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위원도 “대기업의 하청기지로 전락한 중소기업의 지불능력부터 얘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연구위원은 이어 “현재 임금 격차를 대·중소기업 간 격차만 놓고 얘기하는데 그렇다면 대기업 내 노사 간 소득분배 불평등도 함께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경기 침체가 길어지면서 국내 노동시장 전반의 임금 수준이 정체되고 있는 것도 또 다른 문제로 지목된다. 한국노동연구원은 ‘4월 노동리뷰’에서 올해 명목임금 상승률을 3.3%로 내다봤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
세종=윤성민 기자
“中企가 하청업체로 전락, 노동시장 임금격차 불러”
입력 2016-04-04 2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