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주공산(無主空山) 지역구에서 두 ‘청바지’가 맞붙었다. 신설된 선거구인 경기 용인정에 출마한 새누리당 이상일 의원은 검은색 청바지를 입었다. 상대인 더민주 표창원 후보는 당 색깔과 같은 푸른색 청바지를 입고 나섰다.
두 후보가 모두 청바지를 고른 건 엎치락뒤치락하는 표심 탓이다. 누구 하나 맘 편히 앞서지 못하다보니 한발이라도 더 뛰겠다는 마음에서 고른 옷이다. 4일 오전 8시 경기 용인 기흥구 청덕초 앞 사거리에서 두 사람은 그렇게 마주쳤다.
용인정은 4·13총선의 ‘민심풍향계’로 불리는 ‘용·수벨트’(경기 용인·수원 지역 9개 선거구) 중에서도 가장 팽팽한 승부처다. 현역 비례대표인 이 의원에겐 첫 지역구 도전이며, 그동안 ‘장외 비평가’였던 표 후보에겐 정계 입문의 첫 관문이다. 용인에서만 총선 ‘3수’에 도전하는 국민의당 김종희 후보도 무시할 수 없는 관록을 지니고 있다.
◇이상일의 ‘생활정치’ 첫 지역구 도전하다=중견 언론인 출신으로 19대 국회에 입성한 이 후보는 이미 진즉부터 준비된 ‘용인통(通)’이란 평가다. 비례대표로 정계 입문 이후 틈틈이 용인을 당협위원장으로서 지역 일도 챙겨왔다. 지난해에는 지역민들의 오랜 요구였던 경부고속도로 수원인터체인지를 수원·신갈인터체인지로 바꿨다. 지역구 ‘맞춤형’을 약속한 그의 정치 철학은 ‘생활정치’다. 거대담론 대신 시민들의 삶의 질 향상과 생활의 불편함을 해소해 주는 ‘문제 해결형 정치’를 하겠다는 것이다.
이 후보는 오전 출근인사 이후 잇달아 학부모 간담회를 가졌다. 무단횡단 사고가 잦은 청덕고 앞 사거리 횡단보도 설치, 가로등 증설 등 ‘생활 민원’이 줄을 이었다. 경로당 노래교실에서 이 후보를 만난 주민 양모(79)씨는 “이 후보 공약이 조금 더 구체적인 것 같다.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정의’ 위해 정계 입문한 더민주 1호 영입 인사=등굣길 학생들이 술렁였다. 신호대기 중인 출근길 차량들도 이따금씩 차창을 열었다. 청덕초 앞 사거리 한복판에 주차된 유세차량에는 이미 여러 차례 방송을 탄 ‘국내 최고 범죄심리 전문가’ 표 후보가 연신 머리를 조아리고 있었다. 경찰 출신답게 인사에서도 절도가 묻어났다.
지난 대선 때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 수사를 비판하며 경찰대를 사직한 표 후보는 문재인 전 더민주 대표가 영입한 1호 인사다. ‘품격 있는 보수주의자’를 자처한 표 후보는 한국 사회의 무너진 정의와 안전을 되찾겠다고 공언했다. 선거캠프 이름도 ‘정의캠프’로 했다.
그러면서도 “이제껏 사회적 약자와 억울한 분을 대변한다는 생각으로 활동했다면 이제는 지역구 대표자로서 표를 주신 분들이 기대하는 부분과 지역 요구사항을 충실히 이행하겠다”며 지역구 의원으로서 포부도 드러냈다. 현역인 이 의원에 비해 의정 경험이 부족한 점은 약점으로 꼽히지만 이 지역에서만큼은 잔뼈가 굵다. 용인에 정착한 지 18년, 1985년 경찰대 입학 당시부터 따지면 용인과 인연을 맺은 지 31년째다. 직장인 정모(42)씨는 “안정된 교수직을 박차고 나온 만큼 정치권에 가도 자리에 연연하지 않고 열심히 할 것 같다”며 기대를 드러냈다.
◇엇갈리는 민심=용인정은 기흥구와 수지구, 인근 성남 등을 잇는 위치에 있지만 교통 인프라가 부족한 상태다. 또 500병상 이상의 종합병원이 없어 의료 사각지대도 적지 않다. 이 후보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경부고속도로 죽전·보정인터체인지와 영동고속도로 동백인터체인지 신설을 공약했다. 표 후보는 분당·수원 등으로 이어지는 광역버스 증설을 약속했다. 의료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이 후보는 동백지역에 시공되다 중단된 세브란스병원을 국비를 지원받을 수 있는 재난대응전문병원으로 지정·완공시키겠다는 입장인 반면 표 후보는 서울 송파구에 있는 경찰병원 이전을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지난달 30일 한국일보·코리아리서치가 발표한 여론조사(95% 신뢰수준에 ±4.4% 포인트)에서 세 후보의 지지율은 표 후보가 36.9%, 이 후보가 29.4%, 김 후보가 7.7%였다. 하지만 4일 서울경제·리얼미터 여론조사(95% 신뢰수준에 ±4.3% 포인트)에서는 이 후보가 37.7%, 표 후보가 32.0%, 김 후보가 13.4%로 나타나 1·2위가 역전됐다.
용인=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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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4-04 2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