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합의’ 100일 맞았지만… 후속 조치는 ‘감감’

입력 2016-04-05 04:06

한·일 양국이 ‘12·28 위안부 합의’를 이끌어낸 지 5일로 100일을 맞지만 재단 설립 등 후속 조치는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일본은 합의 정신에 위배되는 행태를 이어가고 있고, 피해 당사자인 위안부 할머니의 반발도 여전히 거세다. 이에 따른 국민감정도 요동치고 있어 후속 조치 이행 과정에 적잖은 어려움이 예상된다.

한·일 양국은 일단 극적인 합의 이후 갈등을 자제하고 있다. 합의 직후 일본의 일부 우익 정치인들을 중심으로 위안부를 폄훼하는 ‘망언’이 다시 불거졌다. 하지만 “합의 정신에 위배되는 언행을 자제하라”는 우리 정부 항의를 일본이 받아들여 입단속에 나섰다. 이에 화답해 윤병세 외교부 장관도 지난달 2일 유엔 인권이사회 연설에서 북한 인권 문제만 집중 거론했을 뿐 위안부 문제는 언급하지 않았다.

이런 움직임은 우선 “유엔 등 국제사회에서 본(위안부) 문제에 대해 상호 비판하는 것을 자제한다”는 합의 내용부터 일단 성실히 이행하겠다는 의도다. 마침 북한의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 등 전략적 도발이 이어지면서 한·일 양국 간 안보협력의 필요성이 가중된 것도 갈등을 자제하는 또 다른 요인이다. 긴밀한 한·미·일 3각 안보 공조체제가 우선적으로 필요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위안부 갈등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채 잠복돼 있다는 징후는 여러 군데서 나타난다. 일본은 합의 이후에도 “위안부 강제연행의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는 입장만큼은 한 발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군인이나 관헌이 한반도에서 여성을 강제로 끌고 갔다는 문헌이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에 강제성 또한 없었다는 일본 측의 전형적인 ‘물타기’ 논리다. 우리 정부는 이를 ‘지엽적인 문제’로 치부하고 대응을 않고 있다. 하지만 이런 주장이 되풀이된다면 여론의 시선은 냉담해질 수밖에 없다.

위안부 소녀상 문제도 ‘뇌관’이다. 우리 정부는 “정부가 이래라 저래라 할 문제가 아니다”라고 항변하지만 일본 측은 합의 후속 조치에 소녀상 이전 문제를 연계시키려는 행태를 이어가고 있다.

국내 피해자 할머니들 역시 합의 내용에 수긍하지 못하는 건 마찬가지다. 최근에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이 할머니들을 대신해 헌법소원도 제기했다.

일각에선 4·13총선이 끝난 이후에나 위안부 합의 후속 조치가 논의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총선 정국에서 합의 이행 문제가 쟁점으로 떠오르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일본 역시 7월에 참의원(상원) 선거가 예정돼 있어 본격적인 후속 조치는 8월 이후에 나올 가능성도 있다.

정부는 일단 피해자 지원과 청소년 교육 등 단독으로 진행 중인 위안부 관련 사업부터 우선 챙기겠다는 입장이다. 여성가족부는 일선 학교의 위안부 교육을 강화하기 위한 교사 연수 프로그램을 지난 2월부터 시행 중이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