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대지진 피해를 본 네팔 어린이들이 인신매매 조직을 통해 인도와 영국으로 팔려가는 사실이 확인됐다. 영국 ‘더선’은 4일(현지시간) 집안일을 도와줄 어린이를 구하는 영국인으로 위장한 자사 기자의 어린이 인신매매 현장취재 기사를 실었다.
르포 기사에 따르면 네팔 국경에서 80㎞ 떨어진 인도 북부 잘란다르의 비밀 장소에서 만난 마칸 싱이라는 인신매매범은 어린이 여러 명을 줄 세운 뒤 10세가량의 남녀 어린이 2명을 선정했다. 그는 “남자애 여러 명을 영국에 보냈다”면서 1인당 5250파운드(약 865만원)를 요구했다. 그는 부인이 병들어 집안일을 도울 아이를 찾는다는 말에 “네팔 아이를 데려가라. 그들은 집안일을 잘하고 아주 뛰어난 요리사다. 아무도 당신을 쫓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어린이들은 고아라거나 팔려가는 가정의 친척 어린이라는 서류 위조를 통해 영국으로 ‘문제없이’ 넘겨진다. 이 인신매매범은 서류를 조작하는 사람을 많이 알고 있다고 기자에게 자랑했다.
더선 기자가 매매되는 어린이를 구하는 데 어려움이 없냐고 묻자 그는 “인도에서 넘쳐나는 게 남자애들이다. 네팔은 지진으로 파괴됐고 가난한 네팔 부모들에게 얘기하면 그들은 ‘데려 가라’고 한다”고 말했다.
이 기사가 나온 뒤 테레사 메이 영국 내무부 장관은 “지구상의 어떤 소년도 노예가 돼선 안 된다. 이는 용서받을 수 없는 범죄”라며 엄정한 수사를 경찰에 지시했다. 메이 장관은 더선에도 “적절한 조치가 취해질 수 있도록 취재 내용을 공유해주기 바란다”고 요청했다.
배병우 선임기자 bwbae@kmib.co.kr
네팔 대지진 피해 어린이들 이번엔 ‘가사노예’ 팔려가
입력 2016-04-04 2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