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치 동계올림픽 개막을 한 달 앞둔 2014년 1월 14일 서울 공릉동 태릉선수촌 빙상장. 쇼트트랙 대표팀의 22살 에이스 노진규는 훈련 중 넘어져 왼쪽 팔꿈치가 부러졌다. 올림픽 개막까지 남은 시간은 불과 25일. 팔에 깁스를 두르고 러시아 소치로 동행할 수 없었다. 그렇게 올림픽 출전이 좌절됐다.
4년을 더 기다리기로 마음을 먹었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팔꿈치 치료를 위해 입원했던 병원에서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들었다. 골육종 진단이었다. 골육종은 뼈에서 발생하는 악성 종양, 즉 뼈암이다. 종양은 2013년 9월 처음 발견됐을 때까지만 해도 6㎝로 작았다. 올림픽 출전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4개월 사이에 급속도로 악화돼 13㎝까지 자랐다. 팔꿈치가 부러진 이유도 골육종으로 뼈가 약해졌기 때문이었다.
노진규는 그대로 종양 제거 수술을 받았다. 왼쪽 어깨 견갑골을 들어낸 대수술. 다행히 성공적이었다. 남은 것은 회복과 재활, 그리고 성공적인 복귀뿐이었다. 평창 동계올림픽까지 남은 4년은 복귀까지 충분한 시간이었다.
중·고등학생 시절 전국동계체전과 회장배를 독무대로 만들고, 2011년부터 출전한 국제빙상연맹(ISU) 쇼트트랙 월드컵 시리즈에서 1000m, 1500m, 3000m 금메달을 휩쓸었던 세계 최강 한국 쇼트트랙의 에이스였던 그에게 자신과의 싸움은 어렵지 않을 것처럼 보였다. 적어도 소치올림픽에 출전한 동료들을 병실 TV 너머로 보면서 응원할 때까지만 해도 그랬다.
하지만 항암치료는 예상보다 길었다. 금방 자리를 박차고 일어설 것만 같았지만 악성 종양은 노진규를 좀처럼 병상에서 일으켜 세우지 않았다. 그래도 올림픽만 생각하면서 꾹 참았다. 그렇게 2년2개월. 병마와 싸우던 노진규는 3일 밤 24세의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빙상계는 깊은 슬픔에 빠졌다. 스피드스케이팅 선수인 누나 노선영(27)부터 동갑내기인 12년 지기 박승희(24)까지 동고동락했던 가족과 친지, 동료들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추모글을 올리며 애도했다.
박승희는 노진규의 빈소를 방문한 뒤 “12살 때부터 지금까지 넌 정말 좋은 친구였다. 네가 너무 사랑했던 스케이트. 함께 보낸 시간들까지 좋은 기억만 남았다. 고맙고 미안하다”고 SNS에 적었다. 고인의 빈소는 서울 공릉동 원자력병원 장례식장 2층 VIP실(02-970-1288). 발인은 5일 오전 7시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하늘나라로 간 한국 쇼트트랙 차세대 에이스 노진규, ‘평창의 꿈’ 안은 채 스러지다
입력 2016-04-05 0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