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가 4일 사상 최대인 1150만건의 조세회피처 자료를 폭로했다. ‘파나마 페이퍼스’로 이름붙인 이번 프로젝트에는 영국 BBC, 프랑스 르몽드 등 전 세계 100여개 언론사가 참여했으며 한국에서는 인터넷 언론 뉴스타파가 포함됐다. 아르헨티나 대통령 등 12명의 전·현직 국가원수급 지도자를 비롯해 축구선수 메시, 영화배우 성룡 등 거물급 인사들이 적지 않았다. 주소지가 한국으로 기재된 한국 이름 195명이 등장했으며 노태우 전 대통령 장남 재헌씨도 조세회피처인 버진아일랜드에 3곳의 페이퍼컴퍼니(서류상으로만 존재하는 유령회사)를 세운 것으로 확인됐다. 일부 언론은 노씨가 부친으로부터 받은 비자금 또는 SK 최태원 회장과 관련된 자금을 처리하기 위해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역외탈세는 국부의 해외 유출이란 점에서 탈세 가운데서도 가장 악질적인 범죄다. 공평과세를 비웃는 것은 물론 헌법적 가치인 조세정의를 유린한다는 점에서 엄단해야 한다. 사회 지도층이 주로 관련된 만큼 국민들이 느끼는 박탈감은 더욱 크다. 국세청이 최근 역외탈세 방지에 행정력을 집중하고 있어 그나마 다행이다. 그러나 좀 더 노력하기 바란다. 무엇보다 사전 차단이 요구된다. 외국으로 빠져나간 부당한 소득을 환수하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우리 세무 당국의 능력과 의지만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국세청은 특히 노씨 사안에 대해 정밀 검증해야겠다. 그는 전직 대통령의 아들이다. 누구보다 준법에 철저해야 되는 인물임을 당국은 유념해야 한다. 195명의 한국인 명단도 물론 꼼꼼히 살펴야겠다. 지난달 끝난 ‘미신고 역외소득·재산 자진신고제’ 과정에서 신고를 하지 않은 탈루 의심자도 철저히 분석해야 한다.
역외탈세의 경우 세금 추징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조세범처벌법을 폭넓게 적용해 형사처벌을 받도록 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해봄직하다. 세금만 걷으면 그만이라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봉급생활자들은 연말정산 과정에서의 사소한 오류에 대해서도 여지없이 가산세가 추징된다. 거액을 해외로 빼돌린 탈세자들이 반드시 처벌받아야 되는 이유다.
[사설] 노재헌씨 등 196명 역외탈세 여부 철저히 조사해야
입력 2016-04-04 17:39 수정 2016-04-04 17: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