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의 계절임을 알리듯 각 정당이 선심성 공약을 남발하고 있다. 국공립 어린이집·유치원 확충처럼 지켜지지 않기 때문에 선거마다 등장하는 공약, 재원 확보 방안이 없는 허황된 공약, 천문학적 재원이 필요한 공약 등이 난무한다. 다른 정당 공약을 모방하다보니 공약들 간에 서로 앞뒤가 맞지 않는 경우도 눈에 띈다. 공약의 신뢰성이 낮아 유권자들이 공약에 별 관심을 보이지 않게 되고, 선거에서 정책 경쟁의 자리는 점점 좁아지는 악순환마저 우려된다.
새누리당은 바이오·나노 신기술 및 에너지 신산업 육성, U턴 기업 경제특구 설치, 고교 무상교육 등의 공약을 실행하는 데 2020년까지 56조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렇지만 총선 공약집에 공약가계부를 싣지 않았고, 소득세나 법인세 등의 증세를 포함한 재원 확보 방안도 공개하지 않았다. 새누리당은 직접세 증세에 줄곧 반대해 왔지만, 강봉균 선거대책위원장은 세금 동결과 공약 이행 간의 모순에 대한 비판을 의식한 듯 3일 소비세(부가가치세) 증세가 필요하다고 시사하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청년 일자리 70만개 창출, 소득 하위 70% 노인에 대한 기초연금 월 20만원에서 30만원으로 단계적 인상, 고등교육 재정 확대 등에 앞으로 4년간 총 147조9000억원이 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법인세를 2% 포인트 인상해 25조원을 거두고, 국민연금기금을 활용해 50조원을 충당하겠다는 복안이다. 그러나 법인세 인상이나 국민연금기금 활용은 사회적 합의가 쉽지 않은 쟁점이다. 국민의당도 청년희망임대주택을 국민연금 재원으로 조성하겠다는 공약을 제시했다. 정의당 역시 (미취업)청년 디딤돌 급여 지급, 고등교육 재정 확충 등에 필요한 38조3000억원을 마련하기 위해 소득세와 법인세 인상을 내세웠다. 이런 세금 인상이 정말 가능하다고 생각하고 공약을 만든 것인지 의심스럽다.
새누리당은 3일 최저임금 대폭 인상 및 정규·비정규직 임금 격차 20%까지 축소 등 소득분배 개선을 위한 4대 정책을 발표했다. 당초 총선 공약집에는 없던 내용이다. 야당들이 제시한 최저임금 1만원 인상, 초과이익공유제 등에 맞불을 놓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어떤 정책수단을 통해 임금 격차를 해소할지에 대한 구체적 설명은 각 당에 공히 부족하다. 특히 새누리당은 하도급 거래의 공정화,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 규제 등 경제민주화를 ‘일종의 포퓰리즘’이라고 폄하하지 않았던가. 같은 입으로 임금 격차 완화를 말하는 것은 모순이다. 무엇보다 이익의 원·하청 간 공정한 배분 없이는 임금 격차가 완화될 수 없기 때문이다.
정당이 국민에게 제공하는 서비스는 정책 수립과 입법이다. 지킬 수 있다고 믿는 공약을 일관성 있게 제시함으로써 유권자의 합리적 선택을 유도하는 것이 최상의 서비스다.
[사설] 남발되는 空約… 여야의 고질 또 도졌다
입력 2016-04-04 17: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