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4월 4일은 청명절(淸明節)입니다. 조상의 묘를 돌보는 날이죠. 3일짜리 황금연휴가 시작된 지난 2일부터 허베이성 싼허에 자리 잡은 ‘링산바오다능원’은 성묘객으로 붐빕니다. 베이징에서 50여㎞ 떨어졌지만 고객의 80%는 베이징 사람입니다. 싼허 외에도 이샨, 줘저우, 화이라이에도 대형 사설 공동묘지가 속속 등장하고 있습니다.
이들이 고객을 끌어들이는 포인트는 ‘싼 가격에 더 넓은 면적’입니다. 사실 베이징에 묏자리를 마련하기란 엄두가 안 납니다. 다싱구의 한 묘지는 ㎡당 6만8000위안(약 1200만원)에 시작합니다. 위치가 좋고, 묘비 재료를 고급으로 쓰면 100만 위안(약 1억8000만원)을 넘어서기도 합니다.
반면 베이징 근교는 ㎡당 9500위안(약 170만원) 선에서 가격이 형성돼 있습니다. 사람이 몰리니 링산바오다능원의 올해 순이익은 1억 위안(약 177억원)까지 예상된다고 합니다.
그나마 베이징의 묘지는 2050년이면 완전히 고갈될 것이라는 게 중국 민정부의 예상입니다. 돈 있어도 살 수 없다는 얘깁니다. 중국 정부의 복안은 ‘생태안장(生態安葬)’을 적극 보급하겠다는 겁니다. 유골을 나무나 화단에 뿌리는 수장(樹葬)과 화장(花葬), 바다에 뿌리는 해장(海葬)이 가장 보편적입니다. 중국은 2012년 기준 50% 수준인 화장률을 2020년 100%로 끌어올리고, 생태안장 비율도 50% 이상으로 만들 계획입니다.
최근 해장이 인기입니다. 1994년부터 2015년까지 21년 동안 베이징 1만3700여명의 유골이 바다에 뿌려졌습니다. 그런데 지난해 비중이 2040명으로 15%에 달합니다. 지금도 1000여명이 대기 중입니다. 지금 신청하면 올 하반기에나 배에 탈 수 있습니다. 인근 톈진은 신청자가 2500명이나 됩니다. 비용은 가족당 3000위안(약 53만원) 수준이지만 요트를 이용하는 호화장례는 9만 위안(약 1600만원)까지 올라갑니다. 베이징에 묘를 구하는 것보다 비쌉니다.
아이러니하게도 한쪽에서는 방치된 묘가 늘어갑니다. 최근 발표에 따르면 베이징 공동묘지 33곳 가운데 10곳 이상이 방치된 묘 때문에 골치를 앓습니다. 성묘객이 줄어드는 현상과도 무관치 않아 보입니다. 지난 2일 전국 공동묘지 150곳의 집계 결과 성묘객은 390여만명이었습니다. 지난해보다 13.8% 줄었습니다. 같은 날 철도를 이용해 여행에 나선 사람은 1160만명으로 11.1% 늘었습니다.
베이징=맹경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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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경환 특파원의 차이나스토리] 1㎡당 최저 1200만원… 묘지가 뭐길래
입력 2016-04-05 0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