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극장 ‘완창 판소리’ 무대에 오르는 최연소 소리꾼 유태평양

입력 2016-04-04 19:31
곽경근 선임기자

소리꾼 유태평양(24)은 오랫동안 ‘판소리 신동’으로 불렸다. 1998년 만 여섯 살에 3시간여 걸리는 판소리 ‘흥부가’를 완창했기 때문이다. 국악계 역사상 최연소 완창 기록으로 아직까지 깨지지 않았다. 그가 올 초 국립창극단에 입단했다. 오는 23일 국립극장의 ‘완창 판소리’ 무대에서 흥부가를 다시 부른다.

4일 국립극장에서 만난 그는 “국립창극단에 들어와 관객 앞에 서는 첫 무대인 데다 18년 만에 ‘흥부가’를 다시 완창하는 것이라 의미가 크다”면서 “이제는 어린 신동이 아니라 예술가로서 지켜봐야 할 청년으로 성장했음을 알리는 무대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유태평양은 판소리를 전공한 아버지의 영향으로 어린 시절 자연스럽게 판소리에 입문했다.

인간문화재 조통달 선생의 문하에 들어가 소리를 갈고 닦는 한편 사물놀이·아쟁·가야금까지 익혔다. 그도 한때 슬럼프에 빠졌다. 다행히 아프리카 타악을 배우기 위해 떠났던 4년간의 남아프리카공화국 유학은 그가 다시 한번 정체성을 깨닫고 일어서는 계기를 만들었다.

그는 “변성기가 오면서 잠시 정체에 빠졌었다. 그때 아버지의 권유로 남아공 유학을 떠난 것이 슬럼프를 빠져나오는 데 큰 도움이 됐다”면서 “남아공에 머무는 동안 개인적으로 할아버지라고 부르는 조통달 선생님에게 국제 전화로 판소리 레슨을 꾸준히 받았다. 그때는 무료 인터넷 전화도 나오기 전이었는데, 할아버지가 판소리를 잊어버리면 안 된다며 나를 붙들어 주셨다”고 회상했다.

그가 이번에 선보이는 소리는 ‘미산제-흥부가'다. 미산제는 명창 박초월(1917∼1983)의 호 ‘미산(眉山)’을 붙인 판소리 유파 중 하나. 동편제를 기반으로 서편제의 특징도 가지고 있다. 계면조(슬픔을 나타내는 곡조) 위주의 창법, 부드러운 애원성(슬프게 원망하는 소리)이 두드러진다.

박초월 명창의 조카인 조통달 명창에 이어 제자인 그가 이 소리를 잇고 있다. 그는 “아니리와 발림의 풍부한 표현이 미산제의 가장 큰 매력”이라며 “대가 선생님들에 비하면 아직도 멀었지만 내 나이에 맞는 연기와 재담으로 소리 외의 재미도 드리고 싶다”고 설명했다.

그가 판소리가 아닌 창극에 출연하는 모습은 국립극장의 2016-2017시즌이 시작되는 9월이나 돼야 볼 수 있을 전망이다. 국립창극단 최연소 단원인 그는 “어릴 때부터 판소리를 기반으로 다양한 창작을 하고 싶었기 때문에 국립창극단에 들어오고 싶었다. 특히 최근 국립창극단이 여러 연출가와 흥미로운 작품을 많이 만들고 있어서 기대가 크다”면서 “감정선이 강한 캐릭터를 맡아 연기하고 싶지만 이제 막 입단한 만큼 주어진 어떤 역할이든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