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이동필] 농업·농촌에 투자하라

입력 2016-04-04 17:46

“농장으로 가야 한다. 여러분이 은퇴할 시점에는 농업이 가장 유망한 사업이 될 것이다. 다시 태어나면 농부가 되고 싶다.” 2014년 말, 세계적 투자자인 짐 로저스가 서울대 강연에서 한 말이다.

실제 세계 각국에서 농식품에 대한 민간 투자가 활발해지고 있다. 북미·호주 등 전통적 농업 강국에 대한 투자를 넘어 최근에는 중국이나 동유럽의 농업에 대한 투자도 매우 적극적이다. 지난해 조지 소로스는 우크라이나 농업에 10억 달러를 투자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도 밝혔다.

우리나라에도 농식품 분야에 민간 자본 투자의 기회가 열리고 있다. 먼저 외부적으로는 전반적인 산업 분야의 성장률, 수익률, 물가, 금리가 낮은 ‘새로운 국면(new normal)’의 시대에 진입한 상황에서 그동안 민간 자본이 축적되지 않은 농업 분야가 새로운 투자처로 주목받게 될 것이다.

한편 내부적으로 우리 농업은 국민의 먹거리를 책임지는 1차산업 중심에서 생산·유통·체험·관광을 결합하여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6차산업으로 구조적 변화가 진행 중이다. 금년부터 정부는 6차산업 경영체 육성과 함께 생산·가공·유통·관광 등이 종합적으로 연계된 지역단위 6차산업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즉 농촌 자원을 활용해 지역 내 생산·소비 기반을 형성하고, 일자리를 창출해 결국 농촌경제 활성화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창출하자는 것이다.

우리 농업은 기술적으로도 첨단 융복합산업으로 시스템 전환이 시작되고 있다. 첨단 과학기술과 정보통신기술을 접목해 농작물 재배에 필요한 온도·습도·일조량·토양 등을 측정해 분석하고, 그 결과에 따라 제어장치를 작동하여 최적의 상태를 제공해주는 스마트팜(smart farm)으로 발전하고 있다. 이를 통해 생산성과 효율성을 향상시키고, 농산물 품질 향상으로 농업이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부각되고 있다. 바야흐로 이제는 토지와 노동에 의존하던 농업에서 기술과 자본 집약적 농업으로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6차산업화와 스마트팜을 위해서는 많은 투자가 뒷받침되어야 하나 정부 재정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이에 정부는 투자 규모·분야별로 적합한 형태의 민간 자본 유입 경로를 개발해 정부 재정과 민간 자본의 시너지 효과를 도모하고 있다. 즉 민간과 공동으로 조성한 5530억원 규모의 농식품 모태펀드를 활용, 성장 가능성과 기술력을 갖춘 농식품 경영체에 투자하고, 금년부터 스마트팜 전용 펀드 500억원을 신규 조성해 농업의 첨단산업화를 가속화할 계획이다.

또한 기술력을 갖춘 농업인들이 고가의 첨단 시설농업에 진입하는 장벽을 낮추기 위해 자기 시설을 매각한 뒤 이를 다시 빌려 이용하는 ‘농식품 투자플랫폼(sales & lease back) 사업’을 추진 중에 있다. 이와 함께 우수한 아이디어나 새로운 기술을 갖고 농식품 분야에서 창업을 준비하는 청년들이나 농업인들의 초기 자금 조달을 뒷받침하기 위해 농식품 크라우드펀딩 도입도 준비하고 있다.

정부는 농식품 분야의 민간 자본 투자 시대에 발맞추어 농업의 선진화, 기업화를 이끌 수 있도록 융자 및 보조 중심의 정책금융 지원 방식에 투자 방식의 금융지원 시스템을 도입하였으며, 그 지원 형태 또한 농식품 모태펀드, 농식품 투자 플랫폼, 크라우드펀딩 등 수요자 중심으로 다양화함으로써 기술력과 성장성을 갖춘 농식품 경영체를 적극 지원하고 이를 바탕으로 우리 농업의 미래성장산업화를 촉진해 나갈 것이다.

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