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그 얘기 좀 해요-문화계 팩트체크] 영화요금 ‘묻지마 변경’에 원성

입력 2016-04-05 04:07

Q : CGV가 지난달부터 관람 시간과 좌석 배치에 따라 요금을 달리하는 ‘좌석차등제’를 실시한 후 ‘꼼수’라는 비난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좌석차등제 어떻게 봐야 할까요?

A : 좌석차등제는 이코노미존, 스탠더드존, 프라임존으로 나뉩니다. 주말 기준으로 앞쪽인 이코노미존은 이전보다 1000원이 싼 9000원, 중간인 스탠더드존은 기존대로 1만원, 뒤쪽인 프라임존은 1000원이 비싼 1만1000원입니다. 서울 CGV천호 아이맥스관의 경우 총 347개 좌석 가운데 이코노미존은 55개, 스탠더드존은 163개, 프라임존은 129개입니다. 할인 좌석이 비싼 자리의 절반도 안 됩니다.

맨 앞쪽에 앉으면 스크린을 올려다보느라 고개가 아프기 때문에 값이 싸더라도 꺼리는 게 사실입니다. 매진된 경우라면 할 수 없겠지만 웬만해서는 중간이나 뒤쪽에서 보려고 하지요. 그런데 뒤쪽 자리를 이용하려면 1000원을 더 내야 하니까 불만이 나올 수밖에요. “비행기의 이코노미석과 비즈니스석은 서비스가 확연히 다르다. CGV의 서비스는 똑같은데 무슨 좌석차등제냐”는 얘기가 나옵니다.

소비자단체협의회 물가감시센터가 최근 1주일간 서울시내 CGV 상영관 5곳의 좌석별 예약상황을 조사했더니 이코노미석은 870명인 데 비해 프라임석은 1만500명에 달했답니다. 예매율도 싼 좌석은 평일 1%, 주말 20%이고, 비싼 좌석은 평일 20%, 주말 60%로 나타났습니다. 극장은 1주일간 960만원 정도 추가 수익을 올렸고 좌석당 평균 430원의 인상효과가 있었다는 겁니다.

CGV 측 설명을 들어봤습니다. “가격인상 효과가 없는 건 아니다. 하지만 꼭 이것 때문에 좌석차등제를 도입한 건 아니다. 시설을 꾸준히 개선해 왔고 임금과 임대료 등 인상에도 그동안 요금을 올리지 않았다. 다른 나라에 비해 한국의 입장료는 싼 편이다. 아침이나 늦은 시간대에 극장을 찾거나 4인 이상 단체 고객에 대한 다양한 서비스도 많은데 욕만 먹으니 억울하다.”

얼마 전 이코노미존을 끊어 프라임존에서 영화를 보고 나오던 ‘메뚜기족’이 추가로 돈을 지불한 사연을 인터넷에 올렸습니다. 영화가 끝나기 전에 극장 직원들이 들어와 좌석을 일일이 확인하고 매표소로 데리고 가 추가 결제를 요구했다는 내용입니다. 글쓴이는 “다른 사람을 방해한 것도 아니고, 직원들이 우리를 감시했다는 사실이 매우 불쾌했다”고 합니다.

이를 두고도 갑론을박이 한창입니다. “관객이 없으면 적당히 좋은 자리로 옮기고 그러는 게 보통 아닌가요? 이제 그런 재미도 없어진다는 거예요?” “그럼 비싼 자리에서 싼 좌석으로 옮기면 환불해주나요?” “돈은 적게 내면서 비싼 자리에서 보려고 하다니 당연히 추가 결제해야죠.” “무궁화표 끊고 KTX 타다 걸려놓고 성내는 것과 뭐가 다른가요?”

CGV 측의 해명은 좀 다릅니다. 영화가 끝날 때 직원이 점검 차원에서 들어가는데 이 관객에게 “고객님 제자리에서 보셔야죠”라고 했다는 겁니다. 그랬더니 이 관객이 부득이 추가 결제를 하겠다고 했다죠. CGV로서는 억울할 만도 하겠네요. 하지만 민감한 사안을 사전 조사나 홍보도 없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인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이광형 문화전문기자 gh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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