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낯 뜨거운 더불어민주당의 ‘문재인 호남行’ 논란

입력 2016-04-04 17:40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4·13총선 호남 지원 유세와 관련해 더민주에서 볼썽사나운 장면이 펼쳐지고 있다. 정장선 선거대책본부장은 4일 라디오에 나와 “문 전 대표가 호남에 가는 것은 본인이 판단할 문제지만 당과 협의가 있어야 한다. 현 시점에서 적절한가를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마디로 가지 말라는 얘기다. 김종인 대표도 3일 “(지원 유세를) 요청할 사람이 있겠느냐. 회의적이다”고 했다. 하지만 문 전 대표는 “호남 민심이 그렇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제가 가서 도움이 된다면 언제든지 가겠다”고 말했다.

문 전 대표는 현재 각종 대선후보 지지도 조사(반기문 유엔 총장 제외)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유력 정치인이자, 직전 제1야당 대표를 지낸 인물이다. 그런 그가 당의 뿌리인 호남에는 발도 들이지 말라는 윽박을 소속 정당으로부터 받고 있는 것이다. 호남에서 여전히 반감이 심한 문 전 대표가 와봤자 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게 더민주 지도부의 판단이다. 김 대표를 영입한 문 전 대표 측에서는 불쾌한 표정이 역력하지만, 대응은 자제하는 분위기다.

갈등의 배경에는 총선 이후로 예상되는 주도권 다툼이 깔려 있다. 호남에서의 기여도는 당 주류로 등장하는 데 결정적 무기가 된다. ‘바지사장’에서 오너로 변신하려는 김 대표와 내년 대선에 맞춰 당을 재편하려는 문 전 대표 간 충돌은 불가피한 셈이다.

하지만 선거를 1주일여 앞두고 벌어진 양측의 신경전은 유권자, 특히 야당 지지층을 지치게 한다. 가뜩이나 좋지 않은 판세에서 벌써부터 밥그릇싸움만 하는 것으로 비치기 때문이다. 호남에서 경쟁 중인 국민의당에서는 “뭔가 불협화음이 심각하게 진행되고 있다. 총선 후 더민주 앞날이 순탄치 않음을 보여준다”(이상돈 공동선대위원장)는 비판까지 나왔다. 더민주에 대해 제1야당다운 품격 있는 행동을 요구하는 것은 무리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