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이슈] 로보어드바이저! 내 돈, 불려줄 수 있겠니?

입력 2016-04-04 18:11
금융권에서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온라인 투자자문서비스인 ‘로보어드바이저’가 뜨고 있다. 로보어드바이저는 로봇(Robot)과 어드바이저(Advisor)의 합성어로, 인간의 개입을 최소화한 상황에서 로봇이 고객 투자성향에 맞게 온라인에서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저금리로 수익관리가 어려워진 상황과 핀테크(금융+기술) 열풍이 맞물리면서 낮은 비용으로도 편리하게 자산관리를 받을 수 있는 로보어드바이저가 새로운 대안이 될 전망이다.

◇빠르게 성장하는 로보어드바이저 시장=4일 국제금융센터 등에 따르면 영국 국영은행 RBS의 로보어드바이저는 당초 신용카드나 비밀번호를 잃어버린 고객에게 문자서비스를 보내주는 수준이었지만 최근 활용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RBS는 벤처기업과 협업해 로보어드바이저에 스스로 학습하고 진화할 수 있는 ‘딥 러닝(Deep learning)’ 기능을 추가했다. 주로 고객이 온라인에서 입력한 정보를 분석해 적합한 투자상품을 안내하는 역할을 한다. 로봇이 답변할 수 없는 질문은 일반 직원에게 일단 넘긴 후 직원이 처리한 결과를 로봇이 학습해 성능을 개선시킨다. RBS는 현재 온라인 정보입력 위주 서비스를 발전시켜 음성인식 기능도 추가할 계획이다. 마스터카드는 전문기업 ‘레인버드’와 협업해 고객상담 업무에 전문기업의 인공지능 기술을 도입한 로보어드바이저를 활용한다. 상품 정보와 고객 특성 등 빅데이터를 활용해 최적의 마케팅 전략을 세운다는 방침이다.

크레디트스위스에 따르면 미국에는 200개 이상의 로보어드바이저 회사가 존재하며, 상위 15개사의 운용자산이 2009년 40억 달러에서 지난해 510억 달러로 13배 가까이 증가할 정도로 성장 속도가 빠르다. 시장 성격도 벤처기업 중심이었던 초기 모습을 지나 미국의 대형 증권사 및 자산운용사들이 자체 서비스를 개발하거나 전문업체를 인수하는 형태로 발전하고 있다.

◇왜 주목받나=전문가들은 로보어드바이저의 장점을 대략 3가지로 본다. 우선 개인맞춤형 자산관리 서비스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온라인에서 설문조사 형태로 고객의 투자성향, 목표수익률, 자금 성격 등을 수집한 후 자산배분과 포트폴리오 조정을 할 수 있다. NH투자증권 최창규 연구원은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되면서 늘어난 자산 배분에 대한 욕구를 로보어드바이저가 충족시켜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저렴한 비용과 수수료도 장점이다. 미국의 경우 로보어드바이저의 자문 보수는 운용자산의 연 0.25∼0.50%로 투자자문인력에게 지급하는 보수(연 0.75∼1.50%)의 3분의 1 수준이다. 영국 RBS는 지난해까지 8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며 민영화 계획에 차질이 생기자 비용 절감 차원에서 로보어드바이저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고객에게 24시간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고, 고액자산가 위주였던 자산관리 서비스 대상을 일반 고객까지 넓힐 수 있다는 점도 금융사 입장에선 매력적이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며 금융사에 대한 신뢰도가 높지 않고 소득이 적은 젊은층을 새로운 고객군으로 끌어들일 수도 있다. 로봇이 알고리즘에 근거해 투자판단을 내리기 때문에 객관적인 투자정보를 적은 비용으로 전달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맞춤형 자산관리까지는 산 넘어 산=로보어드바이저가 편리성, 낮은 수수료 등 많은 장점을 갖고 있지만 한계도 뚜렷하다. 우선 로봇이 전문인력의 서비스처럼 고객에 특화된 맞춤형 자문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물음표가 따라다닌다. 고객성향을 파악해 투자상품을 ‘안내’할 수는 있지만 맞춤형 서비스로 가기엔 기술적 난관이 있다는 우려다. 특히 로보어드바이저의 투자수단은 상장지수펀드(ETF) 등 특정 지수를 추종하는 펀드에 몰려 있어 적극적인 상품 운용이 어렵고, 고객들이 일반 PB들에게 기대하는 재무설계나 세무상담도 현재로선 부족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로보어드바이저가 제공한 자문이 특정 고객에게는 적합하지 않은 것으로 판명날 수 있고, 해킹 등 사이버보안 문제가 불거질 경우 정보유출 위험도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등장한 로보어드바이저가 변동성이 큰 금융시장에서 위기대응능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도 나온다. 데이터에만 의존하는 자산 배분이 금융시장의 구조적 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국제금융센터는 “선진국에서도 대부분의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자산시장 호황기에 출시돼 시장 침체기를 경험하지 못했다”며 “시장 충격에 대응하는 능력은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