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판 ‘융프라우 산악열차’ 추진

입력 2016-04-03 21:59

스위스 융프라우를 오르는 열차와 같은 산악열차를 한국의 지리산에서도 만나게 될까.

전북 남원시가 적극 추진해 왔던 ‘지리산 산악열차’ 도입을 위해 필요한 세부 규정 마련이 본격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지리산 산중에 사는 주민들의 생활 편의, 지리산 주요 계곡, 캠핑장 등을 잇는 관광 활성화 등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한국 최초의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지리산의 훼손이 심해질 것이라는 우려는 여전히 높다.

◇산악열차 타고 지리산 달궁 캠핑장 갈까?=국토교통부는 3일 궤도운송법 시행령과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한다고 밝혔다. 지난달 22일 산악열차 도입 근거를 신설한 궤도운송법 개정안이 공포됨에 따라 본격적으로 산악열차 관련 세부 규정 마련 작업이 시작된 것이다. 개정안은 급경사에서 운행이 가능한 산악벽지형 궤도를 친환경 동원력을 사용해 기존 도로를 활용해 건설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개정안은 산악벽지 주민 교통편의를 위해 궤도를 건설하는 경우 재정·행정·기술적 지원을 할 수 있도록 해 사업 추진 가능성을 높였다.

전북 남원·순창 지역구인 강동원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은 남원시 등이 추진해 온 지리산 산악철도 시범사업을 위한 법이나 다름없다. 남원시는 지리산 고기삼거리∼정령치 사이 1㎞ 구간에 자동차 도로를 활용, 산악철도를 운영하는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올 예산에 산악철도 사업 타당성 연구용역 및 시범사업 추진을 위한 예산도 따냈다. 궁극적으로는 남원시와 전남 구례군에 걸친 총 34㎞ 구간에 산악철도 건설을 원하고 있다. 검토 대상 구간은 남원시에 해당하는 육모정∼도계삼거리 18㎞ 구간과 구례군의 달궁∼천은사 16㎞ 구간이다. 달궁계곡 주변은 지리산에서 가장 큰 규모의 캠핑장이 있을 정도로 많은 관광객이 방문하는 곳이다. 남원시는 산악열차가 도입되면 관광이 활성화될 뿐 아니라 지역주민 교통 불편도 해소될 수 있다고 기대하고 있다. 강 의원은 법 개정안에 대해 “사업이 계획대로 잘 추진되면 동부권도 산악관광 시대를 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달곰’ 사는 지리산, 환경 훼손 피할 수 있나=그러나 관광활성화 효과보다 한국의 대표적인 자연환경 훼손의 반작용이 더 클 것이라는 우려는 만만치 않다. 특히 지리산 산악열차 예상 구간 중 고기삼거리∼정령치∼도계삼거리는 자연공원법상 공원자연보존지구가 포함돼 있다.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환경부의 동의가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환경단체들은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황인철 녹색연합 생태팀장은 3일 “산악열차 도입은 관광활성화를 명목으로 무분별하게 산지를 훼손할 우려가 있다”며 “산악벽지형 궤도를 개발하게 되면 필연적으로 산림 훼손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스위스 산악열차와도 사정이 다르다는 것이 이들 주장이다. 황 팀장은 “스위스의 경우 열차가 산 정상부로 직접 들어가는 게 아니라 마을 입구로 활용되기 때문에 우리나라와 다르다”며 “세부적인 내용을 지켜봐야 하겠지만 근본적으로 환경 피해가 우려되는 정책”이라고 꼬집었다. 맹지연 환경운동연합 국장은 “공원자연보존지구는 사실상 사람이 사는 곳도 아니기 때문에 산악열차가 주민들의 교통 편의를 위해 설치된다고 보긴 힘들다”며 “사실상의 관광 정책을 최소한의 보존 의식 없이 개발을 부추기는 용도로 이용하는 게 안타깝다”고 말했다. 조민영 심희정 기자 my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