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올인’ 전략을 폈던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고향 부산으로 긴급 유턴했다. 20대 총선에서 16년 만의 부산 석권을 노리고 있지만 최근 무소속과 야권 바람이 심상치 않다는 판단에서다. 김 대표는 자신의 지역구에서 “더 큰 정치를 해야 하지 않겠느냐”며 대권 행보 시사 발언까지 쏟아내며 표심 단속에 나섰다.
김 대표는 3일 오전 제주 4·3희생자 추념식에 참석한 뒤 곧바로 부산으로 건너갔다. 그는 자신의 중·영도 유세에서 “이번에 당선되면 6선 의원으로 대한민국 정치를 대표하는 정치인으로서 우리나라 발전을 위해 많은 일을 하겠다”고 밝혔다. 사실상 총선 후 대권 행보를 공식화하는 발언으로 해석된다. 그는 “초등학교 1학년 때 땅에 떨어진 바나나를 주워 먹는 거지를 보고 엄마에게 ‘왜 이렇게 거지가 많냐’고 하니 ‘정치를 잘못해서 그렇다’고 했다”며 “그때부터 고생하는 거지들을 위해 정치하기로 마음먹고 지금까지 오게 됐다”고 정계입문 계기도 설명했다.
그는 영도 지역 정치인들을 일일이 소개한 뒤 “마지막으로 국회의원 한 뒤 후배에게 자리를 양보하려 한다. 4년 뒤, (대선이 있는) 2년 뒤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국민경선을 통해 당선이 돼 제 후계자가 되길 바란다”고도 했다.
김 대표는 북·강서갑, 사상, 사하갑, 남을 등 부산 접전지역 5곳에서도 릴레이 지원 유세를 펼쳤다. 첫 행선지로 잡은 부산 북구 구포시장에서는 “(당초) 오후에 제주도 유세를 하려고 했는데 전혀 생각도 안 했던 박민식 의원이 다 죽어간대서 살리려고 왔다”며 “박 의원이 뭘 잘못했다고 혼내느냐. 여론조사가 잘못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박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전재수 후보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박빙 판세를 보이는 것을 염두에 둔 발언이다.
김 대표는 더민주 문재인 전 대표에 대한 공세 수위도 높였다. 그는 “문 전 대표 등 야당 인사들은 부산을 발전시킬 생각은 하지 않고 정치적 발판으로만 이용했다”며 “분당을 시켜놓고는 비판을 받지 않기 위해 김 영감님(더민주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을 모셔 뒤로 숨었다”고 주장했다.
‘박근혜 키즈’ 손수조 후보가 출마한 사상구 유세에는 김 대표 외에도 김태호 최고위원, 김정훈 정책위의장, 조경태 김도읍 의원 등 부산·경남(PK) 의원들이 대거 참석했고, 대구·경북선거대책위원장인 최경환 의원까지 ‘깜짝’ 원정을 왔다. 최 의원은 “손 후보를 포함한 전원이 당선돼야 김 대표 체면이 살지 않겠느냐. 그래야 김 대표가 살고 부산이 산다”고 거들었다. 이곳은 공천 파동으로 탈당한 무소속 장제원 의원이 손 후보와 더민주 배제정 의원을 각각 10% 포인트 이상 앞서고 있는 지역이다.
야당은 ‘낙동강 벨트’를 중심으로 벌어진 PK 틈새 집중공략에 당력을 집중했다. 야당은 특히 부산 지역 최대 정책 현안 중 하나인 동남권신공항 유치 문제도 지역 민심을 흔들 수 있는 요인으로 보고 있다. 더민주 부산시당은 성명을 내고 “가덕신공항 유치에 관한 김무성 대표의 입장이 무엇인지 공개적으로 밝히고, 부적절한 발언으로 지역 갈등을 조장하는 조원진 의원을 단호히 조치하라”고 압박했다. 친박(친박근혜)계인 조 의원이 지난달 29일 새누리당 대구시당 선대위 발족식에서 ‘대통령 선물보따리’ 발언을 하며 신공항 대구 유치를 꺼내든 것에 대한 공세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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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4-03 21: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