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지정됐지만… 웃을 수 없는 카카오·셀트리온

입력 2016-04-04 04:03

카카오와 셀트리온 등 벤처기업들이 처음으로 대기업집단(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 들어갔다. 이들 기업이 대기업집단 명단에 이름을 올리면서 지난해 61개였던 대기업은 65개로 늘었다. 그러나 카카오는 인터넷전문은행 소유 지분 규제 대상이 된다는 점에서 ‘대기업집단 편입’이 마냥 즐거울 수는 없다. 자산 5조원이 되면 편입시키는 대기업집단 제도의 각종 규제로 인해 공룡기업 네이버 등이 대기업으로 크지 않으려는 사례로 볼 때 이제 이 제도를 손볼 시기라는 점을 시사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자산총액 5조원 이상인 65개 기업집단을 대기업으로 지정했다고 3일 밝혔다. ‘상호출자·채무보증 제한 기업집단’에 카카오와 셀트리온, 하림, SH공사, 한국투자금융, 금호석유화학 등 6곳이 들어갔고 홈플러스와 대성은 제외됐다.

◇신규 진입 6개 중 2개는 벤처=카카오와 셀트리온은 대기업집단에 선정된 첫 벤처기업이라는 것에서 나아가 각각 인터넷, 바이오 기업을 대표한다. 공정위에 따르면 카카오는 음악 콘텐츠 회사 로엔엔터테인먼트(3400억원)를 인수하면서 공적자산 총액이 5조1000억원이 됐다. 65개 대기업집단의 자산순위 중에선 65위다.

바이오의약품 업체인 셀트리온은 보유 주식의 가치가 상승해 총자산이 지난해 4조8000억원에서 5조원을 넘어섰다. 자산총액 역시 5조9000억원으로 59위를 기록했다.

65개 기업집단의 자산총액은 1일 기준 2337조6000억원으로 전년보다 79조원 증가했다. 특히 한화가 16조7000억원으로 가장 많이 늘었다. 공기업을 제외한 삼성, LG, 현대자동차 등 30대 민간집단의 자산총액은 증가세를 이어갔다. 이들 집단의 자산총액은 2012년 1978조원이었던 것에서 2016년 2337조원으로 늘었다.

30대 그룹 내에서도 상위권과 중·하위권 그룹 간 자산증가율은 큰 차이를 보였다. 상위그룹은 최근 5년간 27.3%나 증가했고 중위그룹(5∼19위)은 절반 수준인 13.5% 늘었다. 반면 하위그룹(11∼30위)은 1.5% 증가하는 데 그쳤다.

전체 집단의 매출액은 유가하락 등으로 전년보다 1403조4000억원으로 101조7000억원 감소했다. 대기업집단이 늘어나면서 전체 계열회사 수는 1736개로 전년(1696개) 대비 40개 늘어났다.

◇대기업집단 지정, 문제없나=공정위가 대기업집단을 별도로 지정하는 것은 이들 기업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 지주회사 설립, 상호출자와 신규순환출자, 채무보증이 금지된다. 소속 금융·보험사의 의결권 행사도 제한되고 공시의무도 부과된다.

네이버가 5조원 미만의 자산 규모를 유지하며 대기업 지정을 피하는 이유다. 네이버의 2015년 기준 자산 총액은 4조3800억원 수준이다.

특히 지난해 인터넷 전문은행 사업자로 선정된 카카오는 금산분리 규제를 적용받게 된다. 인터넷 전문은행 지분 참여율이 4%로 제한된다.

카카오 관계자는 “카카오가 보유하고 있는 지분은 10%다. 법의 테두리 안에서 준비 중”이라고 했다. 새누리당 김용태 의원이 인터넷은행에 한해 대기업의 지분보유 한도를 4%에서 50%로 늘리는 내용을 담은 은행법 개정안을 국회에 발의한 상태다.

셀트리온도 채무보증이 금지되면서 투자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셀트리온은 4000억원 이상의 돈을 금융기관에서 빌려 연구·개발에 투자, 다국적 공룡제약사와 치열한 시장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에 따라 대기업집단 지정 기준을 상향 조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곽세붕 공정위 경쟁정책국장도 “2008년 자산총액 기준을 2조원에서 5조원으로 상향한 뒤 기업집단 수가 크게 늘었다”며 “관리의 효율성 측면에서 보면 상향할 필요성은 있다”고 말했다.

세종=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