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기방장한 20대 나이에 사업에 뛰어들었던 광주 남구 조모(46)씨와 가족들의 삶은 누구보다 곤궁했다. 장밋빛 인생을 꿈꿨지만 투자에 실패해 지금껏 빚더미를 떠안은 채 살고 있다. 하지만 조씨 부부와 슬하 10남매는 찌든 가난 속에서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10명의 자녀 중 7명이 학교 문턱도 밟지 못할 만큼 가정형편은 어려웠지만 5평 남짓한 연립주택 단칸방에서 온 식구는 언제나 똘똘 뭉쳤다.
밤마다 새우잠을 자야 했고 맏딸이 학교 선생님을 대신해 동생들을 직접 가르쳤지만 형제·자매는 서로에게 든든한 버팀목이었다. 스승과 학교 친구의 역할까지 마다않고 항상 서로를 위로하고 보살폈던 것이다.
사업 실패로 사채에 시달리던 조씨 부부의 자녀 10명 중 7명이 그동안 미취학 상태로 성장해 온 사실이 처음 바깥세상에 전해진 것은 지난달 25일.
첫째 딸(26)과 현재 초등학생인 아홉째(9), 막내(7)를 제외한 무려 7명이 초등학교에도 진학하지 못한 것으로 밝혀졌다. 조씨 가족의 사연은 2명의 초등학생 입학 대상자가 ‘학적부’조차 없다는 사실이 광주 모 초등학교 교육복지사에 의해 파악되면서 드러났다.
조씨는 “사업 실패로 큰 빚을 지고 한동안 도피생활을 하는 바람에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지 못했다”고 교육복지사에게 설명했다.
그러나 10남매 중 중학교를 중퇴한 뒤 고졸 검정고시에 합격한 첫째 딸은 동생들을 정성껏 가르치고 돌봤다. 어느새 성년이 된 둘째와 셋째 역시 취업한 큰 딸을 따라 현재 어엿한 직장인이 됐다. 경찰 등은 당초 ‘아동학대’를 의심했지만 자녀들을 만나 장시간 상담한 결과 부모의 학대 행위가 전혀 없었다는 사실을 알고 안도했다.
조씨 가족들이 생활하는 단칸방은 비록 단출하지만 깔끔히 정리정돈돼 있었다. 뿐만 아니라 정서적으로 안정된 자녀들의 우애는 일반 가정과 다를 게 없었다. 1998년생 다섯째부터 2004년생인 여덟째까지 4명이 지난해 4월 과태료 5만원씩을 물고 뒤늦은 출생신고를 마친 것을 제외하면 조씨 집은 가난하지만 평범한 일상생활을 하고 있다.
병치레 중인 남편 대신 아내가 식당에서 받는 일당 8만원과 기초생활수급비로 생계를 꾸리고 있지만 화목한 가정생활을 하고 있다. 조씨 가족의 안타까운 사연이 전해진 뒤 교육청과 지역아동센터 등은 이들을 돕기 위한 주거·교육지원 대책을 세우고 있다. 교육청 등은 우선 미취학 자녀의 교육대책에 골몰하고 있다. 초등학생 또래의 자녀 2명은 학교에 입학시키고 중학생 자녀 2명은 대안학교를 통해 학업을 잇도록 할 계획이다. 조씨 부부의 소식이 전해지자 자녀들에게 책값을 지원하는 등 경제적으로 돕고 싶다는 시민들의 문의도 잇따르고 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
학교 문턱도 못밟은 광주 7남매에 온정의 손길
입력 2016-04-03 19: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