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파키스탄 여성 1096명이 가문의 명예를 실추시켰다는 이유로 친족에 의해 살해당했다고 파키스탄 인권위원회(HRCP)가 밝혔다.
영국 BBC방송은 지난 1일(현지시간) 위원회가 발표한 연례보고서를 인용해 여성 1096명과 남성 88명이 지난해 파키스탄에서 명예살인을 당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보도했다. 이 중 최소 170명이 미성년자였다. 명예살인은 정혼자와의 결혼을 거부하는 등 가문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판단됐을 때 가족을 죽이는 이슬람 국가 관습으로 피해자 대부분이 여성이다.
파키스탄의 명예살인 발생 건수는 2013년 869건, 2014년엔 1000건에 달하는 등 오히려 늘어나는 추세다. 전문가들은 이 수치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며 다수의 범죄가 집계조차 되지 않았다고 입을 모았다.
파키스탄의 명예살인 이슈는 18세 소녀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샤미인 오베이드 치노이 감독의 다큐멘터리 ‘강가의 소녀’가 지난 2월 제88회 아카데미시상식에서 단편 다큐멘터리부문상을 받으며 재조명됐다. 나와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는 영화를 본 뒤 “명예살인 방지법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고 아바즈 등 국제시민단체는 온라인에서 파키스탄 명예살인 근절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내부 여론은 여전히 싸늘하다. 파키스탄 최대 주인 펀자브주가 지난 2월 여성에 대한 모든 폭력을 범죄로 규정하는 법안을 채택하자 주요 이슬람 정당 등 30여개 정당은 법안 철회를 요청하는 항의 시위에 나서겠다고 정부를 압박했다. 이슬람 지도자들은 여권신장 운동은 이혼율을 높이고 가족체계의 전통을 무너뜨릴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
파키스탄 명예살인 지난해에만 1184명… 여성 1096명 압도적 다수
입력 2016-04-03 18: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