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먼 돈’ 국고보조금] 전혀 약발 안먹히는 쇄신책… ‘보조금 에이전트’도 등장

입력 2016-04-04 04:00



보조사업 운영·관리 시스템 부재, 심사제도 미비, 보조사업자 감시감독 미흡, 집행 및 사후관리 절차 미흡…. 정부출연금과 조세감면 등을 포함해 실질적으로 매년 100조원에 가깝게 각 분야로 흘러가는 국고보조금에 문제가 많다는 것을 정부도 모르지는 않는다. 감사원의 감사, 정부의 종합대책은 해마다 반복돼 왔다.

감사원은 2007년 지방자치단체 국고보조금 예산운용실태를 점검했고, 2010년 수산보조금 집행·관리 실태를 감사했다. 2012년엔 자유무역협정(FTA) 관련 국내 지원대책 추진 실태, 민간자본 보조사업 실태 점검이 이어졌다. 2013년에 대규모 국고보조사업 집행실태 감사가 실시됐고, 2014년 국고보조금 등 회계 취약분야 비리점검도 있었다.

감사원의 잇단 문제 제기, 공공부문 지출 확대에 따라 정부는 2011년 7월 ‘보조금의 예산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을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로 개정했다. 국고보조금 사업의 효율성과 책임성, 투명성을 높이자는 취지였다. 법 시행 3년째인 2014년 7월엔 “부정적으로 취득한 이익은 수배로 환수하겠다”며 부패척결추진단이 출범했다. 그해 연말 각 부처가 실시한 국고보조사업 자체조사 결과에 따라 ‘국고보조금 부정수급 종합대책’도 발표됐다. 통합관리시스템 구축이 골자였다.

감사원은 지난해 4월 발간된 ‘국고보조사업의 관리위험과 관리통제 개선방안 연구’에서 “국고보조금 비리의 책임은 예산 당국, 교부자인 중앙정부 부처, 지자체, 간접보조사업자 등 모든 참여자에게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보조금과 관련한 문제점이 반복적으로 지적되지만,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정책 당국이 미봉책으로 그때그때를 모면했다”고도 비판했다. 검찰 관계자는 3일 “국고보조금 비리에는 이제 ‘보조금 에이전트’가 등장한다”며 “이들은 국고보조금의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다는 속성까지 파악하고, 영세업체나 농민들을 ‘컨설팅’해 주고 이득을 챙긴다”고 말했다.

국민 세금을 지원받는 일부 사업자들의 ‘국고보조금은 눈먼 돈’이라는 어이없는 인식이 드러난 경우도 있다. 화물차 유류보조금을 과다 결제해 이익을 챙기는 범행으로 2014년 청주지검 수사를 받았던 주유소 직원들은 “어차피 대주는 기름값, 조금 더 빼먹은 게 무슨 큰 죄냐”고 반문했다. 지난달 28일 서울중앙지검 특수4부(부장검사 조재빈)가 기획재정부의 경제교육 지원사업비를 횡령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긴 이모(54)씨의 수첩에는 “자율적 편성… 돈은 먹는 놈이 임자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특별취재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