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 유력 대선주자 도널드 트럼프가 “북한이 전쟁을 일으키더라도 개입하지 않겠다”고 폭탄선언을 했다. 한동안 잠잠하던 트럼프가 다시 돌출발언을 내놓은 배경에는 최근 닥친 위기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CNN방송에 따르면 트럼프는 2일(현지시간) 위스콘신주 로스차일드 유세 중 “그들(북한)이 전쟁을 일으켜도 그건 그들의 전쟁”이라며 대통령에 당선되면 북한이 한국이나 일본과 전쟁을 벌이더라도 개입하지 않겠다고 발언했다. 이어 “미치광이(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를 막으려고 병력 2만8000명을 한반도에 주둔시키는 것도 문제”라며 ”북한의 위협을 막으려면 그들(한국과 일본)이 무장해 스스로를 지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트럼프는 워싱턴포스트(WP)와의 인터뷰에서도 비슷한 생각을 드러냈다. 그는 “대통령 취임 100일 안에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등 무역·군사 조약을 모두 재협상하겠다”고 선언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대해서도 “지금 가장 큰 위협은 테러”라며 “구소련에 대응해 만들어진 나토는 테러에 적합하지 않다”고 말했다.
트럼프의 이번 발언은 ‘낙태 파문’에서 벗어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그는 지난달 30일 MSNBC와의 인터뷰에서 “낙태는 어떤 식으로든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해 궁지에 몰렸다. 원치 않는 임신으로 낙태한 여성이 처벌받아야 한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뒤늦게 성명을 내고 “처벌받아야 하는 건 (불법 낙태를) 시술한 의사”라며 진화에 나섰으나 비난은 멈추지 않았다. 경선 하차 뒤 지지를 선언한 마이크 허커비 전 아칸소 주지사마저 “낙태 문제를 생각하지도 않은 게 분명하다”며 “끔찍한 답변”이라고 비판했다.
해당 발언은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에게 열세인 위스콘신주 경선(5일)을 앞두고 나왔다. 위스콘신주에서 지난달 30일까지 이뤄진 폭스비즈니스 조사에 따르면 트럼프는 지지율 32%를 기록해 42%인 크루즈 의원에 10% 포인트 뒤졌다. 승자독식제인 이 경선에서 대의원 42명을 통째로 내줄 경우 트럼프는 자력 과반 확보가 힘들다. 대의원 과반 확보에 실패할 경우 중재전당대회에서 지명될 가능성이 낮은 트럼프는 사실상 후보 선출이 좌절된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
트럼프 “북한 전쟁 벌여도 개입 안한다”
입력 2016-04-03 18: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