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깔론” vs “지역주의” 결국 도진 고질병… 여야, 지지율 하락에 ‘구태’ 재연

입력 2016-04-03 21:20
봄비가 내린 3일 수많은 시민들이 부산의 한 유세 현장을 찾아 후보자 연설을 듣고 있다. 많은 시민들이 박수를 치며 호응하고 있지만 일부는 팔짱을 낀 채 냉담한 반응을 보여 대조를 이루고 있다. 뉴시스

수도권 지지율 하락에 비상이 걸린 새누리당이 ‘전가(傳家)의 보도(寶刀)’를 다시 꺼내 들었다. 바로 ‘색깔론’이다. 테러방지법을 반대했던 야당 의원들을 ‘반국가 세력’으로 규정, 지지층 결집을 유도한 것이다. 호남 쟁탈전을 벌이고 있는 야권도 일찌감치 지역주의에 ‘올인’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대 총선에서도 어김없이 정치권의 고질병이 도진 셈이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3일 부산 사상구의 손수조 후보 지원 유세에서 “4년 전 더불어민주당은 통합진보당과 손을 잡아 이석기 같은 종북주의자들이 국회에 들어오게 만들었다”며 “더민주 문재인 전 대표는 4년 전 통진당과 연합한 것에 대해 석고대죄하고 사과부터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대표의 색깔론은 야권연대 견제용으로도 동원됐다. 그는 전날 인천 유세에서 “국민의당은 종북세력이 아니다. (국민의당과 연대하려는) 문 전 대표와 김종인 대표는 번지수를 잘못 찾은 것 같다”고 힐난했다. 그는 이어 테러방지법 통과 저지를 위한 야당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거론하며 “기저귀를 차고 12시간씩 연설했다고 하니 이렇게 국정 발목을 잡는 반국가 세력들에 우리나라의 미래를 맡겨서는 절대로 안 된다”고 했다.

김 대표는 더민주의 ‘개성공단 재개’ 주장을 북한 동조 행위라고 맹비난했다. 그는 “문 전 대표는 개성공단을 폐쇄하니까 ‘북한과 전쟁하자는 건가’라고 얘기한 적이 있다”며 “국민의 70% 이상이 (북한과) 싸우자고 하는데, 문 전 대표는 그 어린 김정은에게 항복하자는 것인지 답변하라”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안보를 포기한 야당을 찍어주면 개성공단을 재가동해 북한으로 연간 1억 달러 이상 들어가 김정은이 핵폭탄을 더 만들어 우리를 위협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경제심판론’ 등 구호가 선거판에서 먹혀들지 않자 야당도 지역주의를 꺼내 드는 구태를 반복하고 있다. 영남 유권자들에게는 ‘지역주의를 타파하자’고 설득하면서도, 기득권을 쥐고 있는 호남에서는 지역주의를 유지하고자 하는 이중적 행태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더민주 김종인 대표는 지난달 26일 광주를 방문해 “호남의 기득권을 가진 정치인들이 자기네들의 생존을 위해서 야당 분열의 단초를 제공했다”며 국민의당을 성토했다. 그러면서 그는 “광주에서 초·중등학교를 졸업했고 뿌리가 있다”며 자신이 ‘호남의 대변자’임을 자처했다. 이에 천정배 국민의당 공동대표는 “소외받고 경제적으로 낙후된 호남이 정권 교체를 주도해야 한다”며 ‘호남 차별론’을 대놓고 앞세웠다.

전문가들은 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이 구태의연한 색깔론과 지역주의를 들고 나온 것은 유권자들의 의식 수준을 너무 낮게 보거나 그것 외에는 다른 선거 전략이 없음을 스스로 드러낸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인물과 정책 대결에 자신이 없다는 방증이라는 것이다.

이광재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사무총장은 “선거는 정책에 대해 유권자가 묻고 정당이나 후보가 답하는 과정이 돼야 한다”며 “이번 총선에서도 색깔론과 지역주의가 선거 막판 다시 등장한 것은 정치권이 정책을 얘기할 정도의 실력을 갖추지 못한 것을 자인하는 암울한 징표”라고 말했다.

한장희 기자 jhha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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