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3㎝의 큰 키로 허리를 ‘ㄱ’자로 구부린 퍼팅으로 유명한 미셸 위(27·미국)가 또 하나의 퍼팅 자세를 추가해 화제가 되고 있다. 스탠스를 좁히고 무릎을 굽히는 ‘엉거주춤’ 퍼팅이 바로 그것이다.
미셸 위는 3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란초미라지의 미션힐스 골프장에서 벌어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ANA 인스퍼레이션 3라운드에서도 이 두 가지 퍼트 자세를 병행했다. 롱퍼팅은 기존 90도로 허리를 굽힌 자세로 퍼팅한 뒤 2m 전후의 쇼트퍼팅 때는 새로운 자세로 퍼팅했다. 그 결과 퍼트 성공률이 매우 높아져 26개의 퍼트로 라운드를 마쳤다. 이날 페어웨이 적중률 50%, 그린 적중률 55.5%에 불과했던 미셸 위는 퍼팅 호조로 2타를 줄이며 중간합계 7언더파 공동 7위로 3라운드를 마쳤다. 단독 선두 렉시 톰슨(미국)과는 3타차로, 2014년 US여자오픈 우승 이후 2년만의 우승에 도전장을 냈다.
이 새로운 퍼팅 자세는 1960·70년대의 골프황제 잭 니클라우스와 유사하다. 상체를 잔뜩 웅크린 채 두 다리를 굽히고 양 무릎을 붙인 미셸 위의 모습은 마치 니클라우스의 전성기를 방불케 한다.
2009년 프로데뷔 후 미국 스탠퍼드대학에서 학업과 운동을 병행했던 그는 늘 퍼트가 발목을 잡았다. 전담 코치인 데이비드 레드베터의 지도를 받아 롱퍼터, 벨리퍼터를 시도해봤고 퍼팅 대가라는 데이브 스톡턴과 데이브 펠츠의 과외도 받았지만 시원치 않았다.
2013년 봄 KIA클래식에서 그는 ‘ㄱ’자 퍼팅을 처음 시도하면서 호사가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렸다. 선정적이라는 지적부터 허리에 무리가 가는 자세라는 혹평도 들었다. 하지만 신지애(28) 미야자토 아이(일본) 등 퍼트 잘하는 선수 대부분이 키가 작은 선수라는데 착안해 가급적 지면 가까이서 퍼트하려고 이런 자세를 취했다.
그 결과 2012년 라운드당 평균 31.16개의 퍼트로 119위에 불과했던 그는 2013년 29.88개로 퍼트수(53위)를 크게 줄였다. 이듬해 4월 LPGA 투어 롯데챔피언십에서 무려 3년 8개월만에 우승컵을 안았고 연이어 US여자오픈을 석권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해 라운드당 퍼트수가 다시 30개를 넘은 30.25개(85위)로 늘자 미셸 위는 또 다시 변신을 시도했다. 지난 주 KIA 클래식에서 처음 모습을 보인 니클라우스식 변형 퍼팅으로 퍼트수가 확 줄었다. 이번 대회 1라운드 30개, 2라운드 28개에 이어 이날 26개로 점점 좋아지는 퍼트감을 보였다. 3퍼트 이상은 한 번도 없었다.
서완석 체육전문기자 wssuh@kmib.co.kr
미셸 위, 퍼팅 자세 변신은 무죄
입력 2016-04-03 21:15 수정 2016-04-03 2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