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5년간 중앙정부가 지방자치단체와 민간에 교부한 국고보조금 가운데 최소 1914억원이 허위 신청에 따라 지급되거나 엉뚱한 용도에 쓰인 것으로 3일 확인됐다. 국민일보가 올해 국고보조금 예산을 배정받은 41개 정부부처를 상대로 정보공개를 청구, 2011년부터 5년간의 부정수급 현황을 취합한 결과다. 수사기관의 적발과 별개로 각 정부부처가 자체 파악한 국고보조금 부정수급 규모가 드러난 것은 처음이다.
그러나 국고보조금이 부정하게 쓰인 실제 규모는 이보다 훨씬 크다. 국고보조금 예산을 가장 많이 집행하는 보건복지부는 부정수급 액수가 1578억원이라 밝혔는데, 이는 2012∼2014년 단지 3년간에 대해서만 파악한 결과다. 복지부는 “2011년의 부정수급은 현재 확인할 수 없고, 지난해 통계는 아직 취합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복지부에서 3년간 매년 500억원 이상의 부정수급이 있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5년 동안의 국고보조금 부정수급 통계는 3000억원에 가까워지는 셈이다.
1914억원이라는 통계에는 매년 각각 3조∼4조원, 7조∼8조원의 국고보조금을 집행하는 환경부와 농림축산식품부가 제외됐다. 이들 부처는 부정수급 여부를 점검하는 관리 시스템이나 통계가 따로 없다고 응답했다.
환경부는 “부정수급 현황은 문서로 생산돼 있는 것이 없고, 새로 가공해 제공할 수 없다”며 “감사원과 환경부의 홈페이지를 확인하라”고 답변했다. 농림부는 “구체적이고 정확한 자료를 제공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아무런 정보를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2014년 말 환경부는 332억원, 농림부는 185억원을 부정수급과 사정변경 사유 등으로 환수 결정했다.
판례와 감사원 감사 결과에서는 각 부처가 밝히지 않은 횡령 등 부정수급 사례들이 다수 발견됐다. 해양수산부는 최근 5년간 단 2342만원이 잘못 쓰였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검찰수사 결과 해양수산부는 지난 2011∼2012년 화물 컨테이너의 하역 실적을 조작한 민간사업자들에게 국고보조금 65억원을 사기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행정안전부는 “부정수급 해당 사항이 없다”고 밝혔지만, 감사원은 2014년 안전행정부(행정안전부의 전신)의 소방공사비가 부정수급된 사례를 지적한 바 있다.
대검찰청은 국고보조금 비리를 엄중하게 인식, 전국 검찰청에서 상시 수사체계를 가동 중이라고 밝혔다. 대검은 지난 2월 전국 특수부장 회의를 열어 국고보조금 부정수급 등 재정·경제 분야 비리를 올해 중점 수사대상으로 정했다. 검찰 관계자는 “천문학적인 공금이 집행되는 데 비해 사후관리는 미비하다”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올해 첫 국무회의에서 “적폐가 잔뜩 쌓여 있는데 돈을 쏟아붓는다고 피와 살로 가겠는가”라며 국고보조금 등 혈세 관련 비리 소지를 제거하라고 지시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
국고보조금 5년간 최소 1914억 샜다… 국민일보, 예산 배정 41개 부처 정보공개 청구·분석
입력 2016-04-03 21: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