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얼마 전 내놓은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정책이 민간의료보험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를 통해 2013∼2017년 5년간 건강보험에 투입되는 11조2590억원 중 13.5%에 해당하는 1조5244억원을 민간 보험사가 누리게 될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간단히 설명하자면 MRI 검사 등의 보험급여 전환으로 민간 보험사가 지급해야 할 비(非)급여 검사비가 줄어들고, 그만큼 보험사 이익이 1조5000억원 이상 늘게 됐다는 말이다. 이 수치는 그동안 건강보험에 대한 보장성 강화정책이 실질적으로 가계 부담을 경감해 주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한국인의 민간보험 상품 가입건수는 2008년 기준으로 가구당 3.6개나 되며 월평균 21만3626원의 보험료를 지출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돼 있다. 지금은 더 많아져 소득규모와 상관없이 성인 1명당 한 개 이상 민간보험 상품에 가입돼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쯤 되면 민간보험이 건강보험의 보충형 상품이라는 설명이 무색해진다.
그동안 민간 보험사는 과장광고와 잘못된 상품설계로, 일단 가입자를 유치한 후 적자를 이유로 보험료를 올리는 행태를 반복해 왔다. 최근에는 가입자 편의를 이유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보험금 지급심사를 위탁하고 심사강화를 통해 가입자에게 지급되는 보험금을 절감하려는 시도까지 하고 있다.
우리나라 민간 보험사의 질병 관련 상품은 다른 보험 상품과 다르게 국민건강보험이 대부분의 위험을 분담하고 일부만 자체 해결하는 구조로 돼 있다. 건강보험의 보장성 강화 정책은 지렛대처럼 민간 보험사의 이익을 키우는 쪽으로 변질되기 쉬운 이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건복지부는 건강보험만 관리감독할 뿐이다. 민간 보험상품에 대한 관리감독권은 금융당국이 쥐고 있다. 이 때문에 공적, 사적 보험연계를 통해 가계부담을 경감시키기가 어렵다.
건강보험에 민간보험을 더하면 우리나라 의료보장 비율은 80% 이상이 되리라 추측된다.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강화하는 정책은 앞으로 크게 수정돼야 한다. 공보험과 사보험의 유기적 연계를 위해 건강 관련 민간보험 상품의 관리감독권을 보건복지부로 일원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임구일 건강복지정책硏 이사
[헬스 파일] 공보험과 사보험의 연계
입력 2016-04-04 19: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