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러다 역대 최저 총선 투표율 기록 깨질까 우려된다

입력 2016-04-03 17:44
4·13총선이 불과 아흐레 앞으로 다가왔는데도 좀처럼 선거 열기를 느끼기 어렵다. 내가 사는 곳에 어떤 후보가 나왔는지 모르는 유권자도 부지기수다. 이들에게 총선은 으레 4년마다 찾아오는 다른 나라 얘기일 뿐이다. 정치가 국민의 걱정을 덜어주기는커녕 국민이 정치를 걱정하는 일이 되풀이되면서 나타난 결과다.

특히 이번 20대 총선의 경우 선거구 획정에서부터 후보 공천에 이르기까지 정치권의 안하무인 행태에 염증을 느낀 유권자들이 적잖게 정치 무관심층으로 돌아선 것으로 관측된다. 보이지 않는 손이 공천을 좌우한 새누리당이나 셀프 공천 논란에 휩싸였던 더불어민주당이나 거기서 거기라는 공감대가 확산됐기 때문이다. 게다가 제3 정치세력으로 기대를 모았던 국민의당 또한 이삭줍기에 치중하면서 새 정치를 보여주는 데 실패했다. 정치가 국민 눈높이에 한참 못 미치니 선거를 목전에 두고도 어떤 후보와 정당에 투표할지는 고사하고 아직 투표 여부를 결정하지 못한 유권자가 줄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 하겠다.

한국갤럽의 3월 5주째 정당 지지도 조사에서 무당층 비율이 25%에 달했다는 것은 기존 정당에 대한 거부감이 심각한 수준이라는 증거다. 비록 전주에 비해 2% 포인트 줄었으나 예사로 보아 넘길 수치가 아님은 분명하다. 가뜩이나 정당 신뢰도가 바닥인 상황에서 각 당의 공천이 늦어져 후보를 모르는 경우가 많은 데다 대형 이슈마저 없어 이들을 투표소로 이끌 이렇다 할 유인책이 없는 실정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4·13총선이 가장 낮은 투표율을 기록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낮은 투표율은 표심을 왜곡해 민의와 다른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유권자들이 빠짐없이 투표에 참여해야 하는 이유다. 그러나 총선 투표율은 1992년 14대 총선의 71.3%를 마지막으로 15대 총선 이후 한번도 70%를 넘지 못했다. 2008년 18대 때는 46.1%로 역대 최저를 기록했고, 4년 전인 19대 때는 두 번째로 낮은 54.2%에 그쳤다. 정치적 무관심이 증가한 가장 큰 원인은 기존 정당들에 있다. 여론에 귀 기울여 ‘친박 공천’ ‘패권 공천’이 아닌 국민의 편에서 공천만 했더라도 정치혐오증이 이렇게까지 극에 달하지는 않았을 게다.

잘못된 정치는 바로잡아야 한다. 정치에 대한 희망을 포기한 나머지 기권한다면 국민을 얕잡아보는 기존 정당의 오만함이 더욱 기승을 부릴 게 뻔하다. 고무적인 것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지난달 31일 발표한 조사에서 20대 총선 예상 투표율이 19대보다 높게 나왔다는 점이다. 같은 시기 조사에서 19대 때는 ‘반드시 투표할 것’이라는 응답이 56.9%였는데 이번엔 63.9%였다. 한 사람이라도 더 주권의 힘을 보여줄 때 정치 변화를 앞당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