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 소속 선수들을 비롯해 무려 150여 명의 프로 스포츠 스타들이 금지약물을 처방받은 것으로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영국 정부는 즉각 조사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영국 주간 선데이타임스는 3일(한국시간) 영국 런던에서 노화방지 클리닉을 운영하는 마크 보너 박사가 수천 파운드를 받고 프리미어리그 소속 축구 선수, 사이클 선수, 테니스 선수 등에게 금지약물을 투여했다고 보도했다. 지난 6년간 약 150명의 엘리트 프로 선수들에게 혈액 내 적혈구 수를 증가시켜 근력을 강화하는 에리트로포이에틴(Erythropoietin·EPO), 스테로이드, 성장 호르몬 등을 투여했다는 것이다.
선데이타임스는 잠입 취재를 통해 보너 박사와의 대화를 비디오로 촬영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너 박사는 몰래 촬영된 비디오에서 “아스날 첼시 레스터시티 등에서 활약하는 프리미어리그 선수들을 포함한 비밀 고객들과 네트워크가 형성돼 있다”고 말했다.
또 “혈액 등에 문제가 있는 환자들을 치료했는데, 그 환자가 스포츠 선수였을 뿐”이라며 불법행위를 한 것은 아니라는 주장을 폈다. 이어 “6년 동안 영국은 물론 해외에서 활약하는 150명 이상의 선수에게 금지 약물을 처방했고, 선수들은 경기력에 큰 효과를 봤다. (환자들이) 투여받은 약물이 스포츠계에선 문제가 될 수 있고 반(反)도핑기구의 규제에 걸려 책임 소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알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 잡지는 “보너 박사 주장을 뒷받침할 독립적인 증거와 선수들의 명단은 없다”며 “금지 약물을 사용한 선수들의 구단이 이런 사실을 알고 있는지도 알 수 없다”고 밝혔다. 아스날과 첼시 구단은 즉각 이 보도를 ‘잘못된 것’이라고 규정하며 근거 없는 주장에 실망했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번 사건으로 영국 스포츠계는 발칵 뒤집혔다. 존 위팅데일 영국 문화미디어체육부 장관은 성명을 내고 즉각적인 사건 조사를 명령했다. 그는 “스포츠팬들은 모든 선수가 정정당당하게 경쟁하기를 바란다.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면 절대 망설이지 않겠다”고 했다.
지난해 11월 세계반도핑기구(WADA)는 러시아 육상 선수들에 대한 광범위한 도핑이 정부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다고 폭로해 파장을 몰고 왔다.
또 지난 3월 초엔 러시아 출신의 세계적인 테니스 선수 마리아 샤라포바가 금지약물인 멜도니엄을 복용한 사실을 인정해 팬들에게 충격을 주기도 했다.김태현 기자
EPL·사이클·테니스 선수 등 150여명 영국 프로스포츠 금지약물 파문
입력 2016-04-03 2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