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몸살 증상이 잘 안 낫는 줄 알았는데… 심내막염·길랑바레증후군 ‘불똥’ 주의보!

입력 2016-04-04 17:53
고려대안암병원 신경과 김병조 교수가 환절기 감기 탓으로 여겨 적극적인 원인 규명 및 치료를 미루다 사지가 마비된 길랑바레 증후군 환자의 근력을 테스트하고 있다. 고려대안암병원 제공

선천성 심장병을 앓아 심장판막이 안 좋은 김모(22·여)씨는 최근 잇몸질환으로 병원에서 치과진료를 받은 후 온몸에 열이 나며 떨리고 식은땀을 흘리는 증상을 겪었다. 처음엔 단순한 감기일 거라고 생각하고 감기약을 먹었지만 증상은 갈수록 더 심해졌다. 급기야 김씨는 정신을 잃고 병원 응급실로 후송됐다.

검사결과 치료를 소홀히 할 경우 100% 사망하고 조금만 치료시기를 놓쳐도 심각한 합병증과 후유증이 뒤따르는 ‘심내막염’으로 판명됐다. 잇몸 치료 도중 발생한 세균이 혈액으로 들어가 그렇지 않아도 약한 심장판막에 달라붙어 염증을 일으키고 혈전(血栓)과 함께 세균덩어리를 형성하며 심부전 위험을 높인 것이다.

권모(68)씨는 어느 날 갑자기 팔다리에 힘이 약해졌다는 느낌이 들더니 다음 날엔 걷기도 힘들 정도로 악화되는 증상을 경험했다. 2주 전 고열을 동반한 몸살감기를 앓은 적이 있고 아직도 잔기침을 계속해서 감기가 다시 심해지는가 보다 하고 쉽게 생각했다.

그러나 감기약을 먹어도 증상은 나아지지 않고 되레 더 심해졌다. 1주일쯤 뒤에는 하지마비로 침대에서 일어날 수도 없게 됐다. 권씨는 집에서 가까운 대학병원의 응급실을 찾았다. 검사결과는 몸살감기가 아니었다. 뜻밖에도 말초신경에 염증이 생겨 사지마비를 일으키는 ‘길랑바레 증후군’ 진단을 받았다.

환절기에 흔한 몸살감기 증상인 줄 알고 대수롭지 않게 여기다 급성 사지마비 질환에 걸리거나 감염성 심장질환을 얻어 생명에 위협을 느끼는 사람들이 있다. 감기 및 장염 바이러스와 세균이 말초신경 또는 심장판막에 침투, 염증을 일으켰을 때 각각 발생하는 길랑바레증후군과 심내막염 환자들이 그들이다.

병명도 생소한 길랑바레 증후군은 말초신경에 염증이 생겨 발생하는 급성 사지마비 질환이다. 해마다 10만명당 1∼2명꼴로 나타난다. 1916년 최초로 보고한 프랑스 신경학자 G. 길랑과 장 바레의 이름을 붙여 ‘길랑바레 증후군’으로 불리게 됐다.

식중독을 일으키는 ‘캄필로박터 제주니’라는 장내 세균이나 감기 바이러스 감염으로 장염 또는 상기도염(목감기)을 앓은 뒤 자연적으로 생긴 항체가 말초신경계를 공격하는 자가 면역이상 질환이 길랑바레 증후군이다. 최근 세계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는 지카바이러스 감염 환자들에게서 길랑바레 증후군이 생겼다는 보고도 나오고 있다.

고려대안암병원 신경과 김병조 교수는 “선행 질환으로 감염성 목감기나 장염을 앓는 경우가 많아 단순 상기도 감염 및 배앓이 정도로 오인하다 치료시기를 놓치기 쉽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증상은 말초신경의 기능이 약화되어 팔다리의 근력과 감각이 약해지고, 더 심해지면 호흡근육까지 마비된다. 일부 환자는 눈동자를 움직이는 근육의 마비로 복시가 생기고 균형감이 약해지는 정도만 나타낸다.

후유증을 줄이기 위해선 가능한 한 초기에 발견해 바로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치료 시기가 늦을수록 후유증이 커지고 치료 기간도 길어지게 되기 때문이다. 면역글로불린 주사나 혈장교환술로 진행을 막고, 이후 근력을 강화하는 재활치료가 필요하다.

심내막염은 혈관을 따라 돌던 세균이나 곰팡이 같은 미생물이 심장판막에 달라붙어 염증을 일으키면서 치명적인 심부전증과 색전증을 합병하는 병이다. 역시 항생제 투약과 더불어 초기부터 적극적으로 염증 및 혈전 제거 치료가 필요하다. 심내막염 환자의 20∼40%가 뇌경색증으로 사망하는데, 색전증 발생 시 65%가 뇌혈관에서 나타나기 때문이다.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강덕현 교수는 “발병 초기 열이 나며 춥고 몸에 땀이 나는 등 감기 증상을 보여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특히 심장판막증 환자들은 7일 이상 치료해도 고열, 오한 등의 증상이 지속되면 심내막염을 의심하고 즉시 병원을 방문, 정확한 원인을 규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