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포커스-양무진] 현실적이고 바람직한 통일정책

입력 2016-04-03 17:47

국가의 정책은 노선·기조·전략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대북정책은 남북 간 현안을 해결하는 데 중점을 둔다. 통일정책은 통일방안을 이행하는 데 역점을 둔다. 대북정책은 단기적이고 통일정책은 중·장기적이다. 통일은 과정으로서의 통일과 결과로서의 통일이 있다. 과정으로서의 통일은 남북 화해협력을 통해 신뢰를 구축하고 통일에 이르기까지 남북관계 개선이 핵심이다. 결과로서의 통일은 과정으로서 통일의 집합체이며 통일과정과 통합과정을 실질적으로 이끌어가는 비전이자 목표이다.

역대 정부는 과정 중심적인 대북정책과 결과 중심적인 통일정책을 혼재해서 사용해 왔다. 통일정책은 통일에 이르는 과정뿐 아니라 통일 이후 통합까지 고려한 제반정책의 전체이다. 대북정책은 통일정책의 하위 개념이다. 흡수통일론이 만연했던 김영삼·이명박정부 시기에는 대북정책은 없고 통일정책만 있다고 비판한다. 화해협력의 김대중·노무현정부 시기에는 대북정책만 있고 통일정책은 없다고 비판한다. 이런 비판들은 대북정책과 통일정책의 몰이해로, 논리적으로 맞지 않다.

우리는 분단 71년 동안 수많은 통일방안을 내놓았지만 통일을 달성하지 못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새로운 통일방안 마련이나 북한의 급변사태에 대한 준비가 아니다. 첫째, 실천 가능한 남북관계를 진전시켜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남북관계가 전제되지 않는 통일 논의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독일의 경우 분단의 고통을 해소하기 위한 착실한 교류협력의 결과 통일에 대한 독일인의 마음이 움직였다. 북한이 호응해 오지 않고 북한 주민들이 동의하지 않는 통일은 어렵다. 남북관계는 어느 일방이 이득을 보고 어느 일방이 손해를 보는 제로섬 게임이 아니다. 남북 간 접촉면을 넓혀나가는 과정에서 북한 주민들의 인식 변화를 추동할 수 있고 상호 신뢰와 믿음을 이끌 수 있다.

둘째, 점진적·단계적 통일의 지향이다. 급진·흡수통일을 배제하고 평화공존의 남북관계를 새롭게 정립해야 한다. 북한 정권이 갑작스럽게 붕괴된다고 해서 독일식 통일은 쉽지 않다. 체제가 다른 상황에서 당장의 합의형 통일도 어렵다. 대립과 대결의 남북관계에서 통일만을 강조하면 북한은 흡수통일로 인식한다. 북한은 흡수통일에 대비하기 위해 핵능력을 더욱 고도화한다. 한·미 군사훈련 중단, 주한미군 철수 등 제도적 선결요건도 요구한다. 북한의 선결요건 주장은 늘 남북관계 전개에 발목을 잡았다. 실용주의적인 교류협력을 통해 신뢰구축, 평화공존, 통일국가 완성으로 전개돼야 한다. 북한 체제가 급격한 변동의 순간을 맞는다면 위기관리 차원에서 대응하면 된다.

셋째, 열린 마음의 통일 준비이다. 북한 주민들과의 꾸준한 접촉을 통해 ‘느끼는 가운데’ 통일이 이뤄져야 한다. 주민들의 접촉 없이 통일의식·연대감·동질성이 생겨나지 않는다. 사회문화 분야에서의 교류협력을 통해 남북 사회 내부의 통일 그릇을 키워나가야 한다. 북한 주민들에 대한 포용과 한민족으로서의 동질성 회복은 통일 준비의 필수조건이다.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적극적이고 열린 마음의 통일 준비가 요구된다.

넷째, 일관성과 지속성을 가진 통일외교안보전략 마련이다. 박근혜정부는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통해 대북전략과 통일준비를 연계하고 있다. 5년마다 정권이 바뀌는 정치구조 하에서 일관된 정책 이행은 쉽지 않다. 정권교체에도 통일을 달성할 때까지 연속성을 가진 통일대계가 필요하다. 통일은 일관된 정책 추진의 결과물로 나타난다. 통일대박과 통일초석은 남북 당국 간 대화와 민간급 교류에서 출발한다. 행복한 통일이 되도록 역량을 다져나가는 것이 진정한 평화통일 기반 구축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