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사드야" … 韓·美·日 vs 中 구도 재확인

입력 2016-04-02 06:01
박근혜 대통령이 제4차 핵안보정상회의를 하루 앞둔 3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컨벤션 센터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한일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청와대 페이스북

미국 워싱턴을 방문 중인 박근혜 대통령은 31일(현지시간) 한·미, 한·미·일, 한·일과의 연쇄 정상회담 등을 통해 북핵 포기를 위한 3국 협력 강화에 합의했다. 북한 변화를 이끌어낼 때까지 끊임없이 강력한 압박과 제재를 가하겠다는 게 한·미·일 정상의 일치된 목소리였다. 그러나 중국과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인 사드(THAAD) 배치 문제에 대해 여전히 현격한 이견을 노정함으로써 향후 갈등의 소지를 그대로 안을 수밖에 없게 됐다.

◇‘한·미·일 대 중국’ 구도 되나, 사드 불씨 여전=청와대는 사드 문제와 관련된 박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주석의 발언을 구체적으로 소개하지 않았다. “의견을 교환했고, 앞으로 소통을 계속하기로 했다”고만 설명했다. 박 대통령은 ‘국익과 안보’ 차원에서 고려돼야 한다는 점을 설명한 것으로 보인다. 시 주석은 한·중 정상회담에 앞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에서 사드 한국 배치에 대한 ‘단호한 반대’를 거듭 확인한 만큼 박 대통령에게도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한 것으로 관측된다. 시 주석이 공식적으로 박 대통령에게 이 문제를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사드 배치 논의가 본격화될 때 한·중, 미·중 간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이 높다.

한·미·일 정상이 북한에 대한 제재와 압박을 최우선으로 강조한 것과 달리 중국은 여전히 ‘대화’를 중시하고 있음도 보여줬다. 중국 언론에 따르면 시 주석은 박 대통령에게 안보리 대북 결의 이행을 강조하면서도 “중국은 대화 재개를 위해 건설적인 방법으로 노력할 준비가 돼 있다”고 했다. 구체적인 북한 문제 해법에 대해선 ‘한·미·일 대 중국’ 구도가 재확인됐다는 시각도 있다.

◇박 대통령, 3시간10분간 미·중·일과 릴레이 회담=앞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의에서 세 정상은 북한 인권 문제까지 거론하면서 고강도 대북 압박 공조에 대한 강한 의지를 천명했다. 박 대통령은 31일 하루에만 미국 중국 일본과 모두 3시간10분간 회담에 임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는 15분, 한·미·일 정상회의 75분, 한·일 정상회담은 20분간 이뤄졌다. 마지막 일정이었던 박 대통령과 시 주석 회담은 앞선 미·중 정상회담이 길어지면서 당초 예정보다 1시간 늦게 시작돼 80분간 이어졌다.

박 대통령은 회담에서 시 주석에게 무신불립(無信不立·믿음이 없으면 설 수 없다)을 거듭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양국 기본 정신은 상호 존중과 신뢰에 있다고 생각한다. 책임 있는 역할에 대해 감사드린다”며 북핵 문제에 대한 건설적 역할을 거듭 당부했다. 시 주석도 “1년의 계획은 봄에 달려 있다. 이번 회동이 3월에 성사됐다”며 한·중 관계 발전을 희망했다. 박 대통령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선 일본군 위안부 합의 이행의 중요성을 재확인했다. 김규현 외교안보수석은 “두 정상은 위안부 문제 타결을 평가하고 이번 합의를 온전히 실천하는 게 중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말했다.

◇핵안보정상회의, 핵테러 대응 천명=박 대통령은 1일(현지시간) 핵안보정상회의 본회의, 업무오찬, 시나리오 기반 토의 세션을 통해 핵안보 체제 강화를 위한 우리의 주도적 역할을 강조했다. 50여개국 정상들은 전 세계가 국제 핵테러 위협에 공동 대응한다는 취지의 정상성명(코뮤니케)을 채택했다.

앞서 전날 백악관에서 열린 핵안보정상회의 업무만찬에서 박 대통령은 “북한은 오직 김정은 정권의 유지를 위해 모든 국제 규범을 무시하면서 무기급 핵물질 생산과 축적을 계속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북한이 비핵화의 길로 나올 수밖에 없도록 국제사회가 단호하고 일치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워싱턴=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