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워싱턴을 방문 중인 박근혜 대통령은 31일(현지시간) 한·미, 한·미·일, 한·일과의 연쇄 정상회담 등을 통해 북핵 포기를 위한 3국 협력 강화에 합의했다. 북한 변화를 이끌어낼 때까지 끊임없이 강력한 압박과 제재를 가하겠다는 게 한·미·일 정상의 일치된 목소리였다. 그러나 중국과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인 사드(THAAD) 배치 문제에 대해 여전히 현격한 이견을 노정함으로써 향후 갈등의 소지를 그대로 안을 수밖에 없게 됐다.
◇‘한·미·일 대 중국’ 구도 되나, 사드 불씨 여전=청와대는 사드 문제와 관련된 박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주석의 발언을 구체적으로 소개하지 않았다. “의견을 교환했고, 앞으로 소통을 계속하기로 했다”고만 설명했다. 박 대통령은 ‘국익과 안보’ 차원에서 고려돼야 한다는 점을 설명한 것으로 보인다. 시 주석은 한·중 정상회담에 앞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에서 사드 한국 배치에 대한 ‘단호한 반대’를 거듭 확인한 만큼 박 대통령에게도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한 것으로 관측된다. 시 주석이 공식적으로 박 대통령에게 이 문제를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사드 배치 논의가 본격화될 때 한·중, 미·중 간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이 높다.
한·미·일 정상이 북한에 대한 제재와 압박을 최우선으로 강조한 것과 달리 중국은 여전히 ‘대화’를 중시하고 있음도 보여줬다. 중국 언론에 따르면 시 주석은 박 대통령에게 안보리 대북 결의 이행을 강조하면서도 “중국은 대화 재개를 위해 건설적인 방법으로 노력할 준비가 돼 있다”고 했다. 구체적인 북한 문제 해법에 대해선 ‘한·미·일 대 중국’ 구도가 재확인됐다는 시각도 있다.
◇박 대통령, 3시간10분간 미·중·일과 릴레이 회담=앞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의에서 세 정상은 북한 인권 문제까지 거론하면서 고강도 대북 압박 공조에 대한 강한 의지를 천명했다. 박 대통령은 31일 하루에만 미국 중국 일본과 모두 3시간10분간 회담에 임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는 15분, 한·미·일 정상회의 75분, 한·일 정상회담은 20분간 이뤄졌다. 마지막 일정이었던 박 대통령과 시 주석 회담은 앞선 미·중 정상회담이 길어지면서 당초 예정보다 1시간 늦게 시작돼 80분간 이어졌다.
박 대통령은 회담에서 시 주석에게 무신불립(無信不立·믿음이 없으면 설 수 없다)을 거듭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양국 기본 정신은 상호 존중과 신뢰에 있다고 생각한다. 책임 있는 역할에 대해 감사드린다”며 북핵 문제에 대한 건설적 역할을 거듭 당부했다. 시 주석도 “1년의 계획은 봄에 달려 있다. 이번 회동이 3월에 성사됐다”며 한·중 관계 발전을 희망했다. 박 대통령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선 일본군 위안부 합의 이행의 중요성을 재확인했다. 김규현 외교안보수석은 “두 정상은 위안부 문제 타결을 평가하고 이번 합의를 온전히 실천하는 게 중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말했다.
◇핵안보정상회의, 핵테러 대응 천명=박 대통령은 1일(현지시간) 핵안보정상회의 본회의, 업무오찬, 시나리오 기반 토의 세션을 통해 핵안보 체제 강화를 위한 우리의 주도적 역할을 강조했다. 50여개국 정상들은 전 세계가 국제 핵테러 위협에 공동 대응한다는 취지의 정상성명(코뮤니케)을 채택했다.
앞서 전날 백악관에서 열린 핵안보정상회의 업무만찬에서 박 대통령은 “북한은 오직 김정은 정권의 유지를 위해 모든 국제 규범을 무시하면서 무기급 핵물질 생산과 축적을 계속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북한이 비핵화의 길로 나올 수밖에 없도록 국제사회가 단호하고 일치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워싱턴=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
"문제는 사드야" … 韓·美·日 vs 中 구도 재확인
입력 2016-04-02 06: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