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충남 천안시 유랑로 천안성서침례교회 부속 작업실. 노트북으로 사진과 자료 등을 정리하며 사역 보고 준비를 하고 있던 이지성(45) 김혜진(45) 인도네시아 선교사 부부가 활짝 웃는 얼굴로 기자를 맞이했다.
이 선교사는 “선교대회 참석차 잠시 귀국해 모교회이자 후원교회인 이곳에서 사역 보고 준비를 하고 있다”면서 “사역지를 떠나온 지 한 달 정도 됐는데 어서 빨리 제가 가야 할 그곳에 가고 싶은 마음뿐”이라고 말했다.
이 선교사 부부는 지난달 경기도 고양 킨텍스에서 열린 ‘성서침례교회 세계선교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입국했다. 오는 8월까지 한국에 머물며 사역을 후원하는 교회들을 매주 방문해 사역 보고를 하기로 예정돼 있다. 십시일반으로 수년째 지원하는 교회 중엔 농촌교회도 있다.
이 선교사는 “저를 위해 매일 기도하신다는 성도들의 고백을 들을 때마다 감사하고 선교에 대한 책임감을 더욱 무겁게 느낀다”고 말했다. 사모는 “한국으로 떠날 때 사역지인 오지의 부족 사람들이 빨리 돌아오라며 울었다”면서 “우리가 잠시 떠나 있는 동안 부족 사람들이 혹여나 필요한 약 등을 제공받지 못할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 선교사 부부는 대학 1학년이던 1990년 한국대학생선교회(CCC) 여름수련회에서 선교사가 되기로 결단했다. 하나님의 복음이 들어가지 못한 미전도 종족에 대해 긍휼한 마음이 컸다. 천안성서침례교회와 한국성서침례친교회의 파송을 받아 97년부터 4년 동안 언어 등을 배우며 다양한 훈련을 받았다. 부부는 2004∼2011년 인도네시아 보르네오 섬의 뽄띠아낙 지역에서 스카다오 부족과 동고동락했다. 2년 동안 부족언어를 배운 뒤 성경번역과 제자훈련 등을 하며 오지에 교회 공동체를 세웠다.
오지의 부족들은 대체로 영적 두려움이 많다. 악한 영이 해코지를 할까봐 특정한 호수나 강, 숲에 가길 꺼린다. 물을 마시면 귀신이 싫어한다고 생각해 탈수증이 생겼는데도 물을 먹지 않아 죽곤 한다. 신생아에게 모유를 먹이면 안 된다는 이상한 풍습이 있어 영아 사망률도 높다. 이 선교사는 “부족들의 마음에 말씀이 자리 잡으면서 악한 영에 대한 두려움이 사라졌고 비상식적인 풍습도 조금씩 없어졌다”며 “다른 부족 마을 사람들에게 복음을 전하는 수준으로 성장했다”고 말했다.
2011년 8월 이 선교사 부부는 하나님의 부르심으로 또 다른 오지인 빠뿌아섬으로 들어갔다. 이 선교사는 부족 언어를 배우는 것에 공을 들인다. 그는 “현지 언어를 능숙하게 구사하지 않으면 성경 번역이나 성경공부, 제자훈련 등의 사역이 제한될 수밖에 없다”며 “현지어로 된 성경교재와 암송카드 등을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 말부터 동역자인 미국인 선교사 부부와 성경공부를 시작할 계획이다. 김 사모는 아픈 사람들에게 약을 제공하고 간단하게 치료도 해준다. 어린이와 여성을 대상으로 한 ‘문맹교실’도 운영한다.
복음을 한 영혼에게라도 더 전하기 위해 오지에서 수년째 살고 있지만 지칠 때도 많다. 부족 사람들 중 일부는 거짓말에 능하고 도움을 받기만 하려 한다. 빠뿌아섬은 해안가로부터 400km 떨어진 지역이기에 외부와 철저히 단절돼 있다. 3∼4개월에 한 번씩 항공선교회의 도움을 받아 경비행기를 타고 도시에서 수개월치의 식료품을 구입해 와야 한다.
이 선교사는 “힘들어도 가족과 동역자, 성도들의 기도 때문에 다시 일어서게 된다”고 고백했다. 이어 “효율성을 따진다면 오지 선교를 생각할 수 없지만 하나님은 모든 종족에게 복음을 전하라고 명령하셨다”며 “이 일에 가치를 두고 순종할 수 있는 분들이 많이 나왔으면 한다. 아직도 흑암 가운데서 복음을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천안=글·사진 김아영 기자 cello08@kmib.co.kr
천안성서침례교회 파송 이지성 선교사 부부 “인도네시아 오지 섬에 복음을 심어요”
입력 2016-04-03 17:48 수정 2016-04-03 20: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