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권자 눈·귀 사로잡아라 ”… 4黨 4色 홍보 전쟁

입력 2016-04-02 04:10
새누리당,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선거운동원들(오른쪽부터)이 1일 서울 동작구 지하철 2호선 신대방역 인근 사거리에 도열해 출근하는 시민에게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김지훈 기자
4·13총선이 다가오면서 유권자의 눈과 귀를 사로잡기 위한 각 정당의 홍보전도 가열되고 있다. 단 한 줄의 짧은 슬로건에는 선거 공약과 전략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노래 한 자락으로 거리를 지나는 유권자의 마음을 훔치기 위한 로고송은 총성 대신 화성(和聲)의 대결을 선보인다.

새누리당은 ‘뛰어라 국회야, 잠자는 국회에서 일하는 국회로’를 총선 슬로건으로 내세웠다. ‘일하는 정당’ 이미지를 부각하는 동시에 쟁점법안 처리에 비협조적인 야당 심판론을 함축하고 있다. 조동원 홍보기획본부장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총선이 끝나면 정치권이 곧바로 내년 대선(大選) 정국 블랙홀에 빨려들 것”이라며 “새누리당은 아무리 대선을 앞두더라도 민생 개혁을 책임지겠다는 메시지를 담았다”고 말했다.

당은 이를 위해 20대 국회 첫 회기가 끝나는 내년 5월 31일까지 ‘일자리 개혁’ 등 5대 핵심 공약을 이행하지 못하면 1년 치 세비를 반납하겠다는 내용의 ‘계약서 이어달리기’ 프로젝트도 진행하고 있다. 김무성 대표와 원유철 원내대표 등 약 50명의 후보가 서명했다.

더불어민주당은 ‘문제는 경제다. 정답은 투표다’를 메인 슬로건으로 내세웠다. 새누리당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경제 이슈를 선점하고, 현 정부에 대한 ‘경제 심판론’도 부각하기 위한 전략이다. 선거대책위원회 명칭부터 ‘더불어경제선대위’로 정했다.

여당과 비슷한 정책 포지션 탓에 혹시 유권자들이 혼선을 겪진 않을까. 더민주 손혜원 홍보위원장은 “빨간색과 파란색(각각 새누리당과 더민주 당색)의 대비를 활용한 TV와 신문 광고가 나갈 것”이라며 “새누리당이 약 올라서 펄펄 뛸 만한 내용들을 준비해 놨다”고 했다. 총선용 복장으로 야구 점퍼도 활용해 ‘구원투수’ 이미지와 ‘팀플레이’도 강조하고 있다.

국민의당은 ‘문제는 정치다, 이제는 3번이다’를 메인 슬로건으로, ‘1번과 2번에겐 기회가 많았다, 여기서 멈추면 미래가 없다’를 부제로 정했다. 거대 양당 심판론이 명확하다. 왕주현 선대위 총무지원본부장은 “한국사회에서 경제발전 등 모든 것을 뒤처지게 하는 가장 큰 원인이 정치”라고 설명했다. 당색도 1995년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이 새정치국민회의를 창당할 때 사용한 옅은 녹색으로 했다.

‘정의로운 복지국가’를 상징하며 노란색을 당색으로 채택한 정의당은 ‘국민 평균월급 300만원 시대’와 ‘크게 써주십시오’ 등을 슬로건으로 냈다. 일여다야(一與多野) 구도 속에서 잠재력 있는 진보정당으로서 존재감을 호소하기 위해서다. 총선을 앞두고 ‘우클릭’하고 있는 더민주에 실망한 야권 지지자들을 끌어오기 위한 전략으로도 읽힌다.

당의 이미지를 단번에 각인시킬 수 있는 로고송도 관전 포인트다. 새누리당과 더민주는 가사와 리듬이 반복되는 ‘후크송’을 선택했다. 새누리당이 선점한 ‘픽미(Pick me)’는 ‘뽑아 달라’는 의미의 가사가 반복된다. 더민주가 작곡가 김형석씨에게 의뢰한 창작곡 ‘더더더’도 흥겨운 비트에 ‘더더더’란 가사가 이어져 쉽게 각인된다. 국민의당은 만화 주제가인 ‘로봇 태권브이’를 로고송으로 했다. 76년 이 만화가 처음 나올 때 정치활동 규제를 당한 민주화 인사들이 이후 신민당(신한민주당)을 창당해 85년 총선에서 돌풍을 일으킨 데서 착안한 것이다.

이종선 고승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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