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왕실이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를 막기 위해 전방위로 나설 태세다. 영국은 오는 6월 23일 브렉시트 찬반 국민투표를 앞두고 있다. 일간 가디언은 1일(현지시간) 왕실 가족이 영국의 유럽연합(EU) 잔류를 위한 ‘드마마틱한 개입’을 심각하게 고려 중이라고 보도했다. 왕실은 브렉시트를 막기 위해 ‘헌법적 논란’도 감수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현행 영국 헌법은 왕실이 정치에 개입하는 것을 금하고 있다.
익명의 정부 관계자는 “왕실이 브렉시트 저지 운동에 나서는 것은 데이비드 캐머론 총리에 크게 실망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브렉시트 문제를 그에게 맡겨둘 수 없다고 왕실이 판단했다”며 “2014년 스코틀랜드 독립 투표 당시를 보라. 우리는 발모랄성(스코틀랜드에 있는 여왕의 영지)을 거의 잃을 뻔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왕실의 정치적 개입이 유럽에서는 낯선 풍경이 아니며, ‘충분히 자격 있는 인사’에 의해 주도되면 효과를 볼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왕실은 엘리자베스 여왕의 남편인 필립공을 앞세우기로 결정했으며, 투표를 2주가량 앞둔 6월 10일쯤 필립공이 브렉시트를 저지하자고 대국민 연설을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그날은 필립공의 95번째 생일이기도 하다.
한편 영국 연방에 포함돼 있는 스코틀랜드와 웨일스가 만약 브렉시트가 가시화될 경우 연방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나라를 수립한다는 ‘폭탄선언’을 모의하고 있다고 일간 인디펜던트가 보도했다.
인디펜던트는 “웨일스 국회와 스코틀랜드 정부가 아이리시해(海)의 맨(Man)섬을 통과해 두 지역을 잇는 다리나 터널을 만들 것을 계획하는 등 이미 새 국가를 만들 준비가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스코틀랜드 자치정부는 그간 영국이 EU 탈퇴를 결정할 경우 2014년 부결된 스코틀랜드 독립 투표를 재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밝혀왔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스코틀랜드·웨일스 자치 정부 “브렉시트 땐 독립국가 건설”
입력 2016-04-01 20: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