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의 한 정신병원에서 입원환자들에게 다른 환자를 돌보게 하는 등 강제노동을 시켜 온 것으로 드러났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이 병원 직원의 제보를 받고 지난해 8월부터 5개월간 실시한 직권조사 결과를 31일 발표했다. 광범위한 위법행위가 적발된 조사 결과는 충격적이다. 정신병원은 감옥과 다를 바 없거나, 어떤 면에서는 감옥보다 더 심한 인권침해를 자행했다. 특히 미성년자인 우모(당시 14세)양에게 거동이 불편한 노인 환자의 기저귀 교체 등 대소변 처리와 식사·목욕 도우미 등의 역할을 떠맡겼다는 데서는 분노를 억누를 수 없다.
이 병원은 두 명의 남자 환자에게도 여성 환자 세 명의 기저귀를 가는 일과 배식, 병동 청소 등을 시켰다. 또한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환자 33명을 강제 입원시키면서 보호의무자 두 명으로부터 입원동의서를 받지 않거나 보호의무자임을 확인할 서류 등을 챙기지 않았다. 인권위는 병원장 문모씨를 검찰에 고발했다.
보건 당국은 2013년 말 기준 우리나라 전체 정신질환 입원자 8만462명 중 73.1%가 강제 입원한 것으로 추산했다. 유럽 국가들과 일본의 강제입원 비율은 3∼30% 수준으로 우리나라의 절반도 되지 않는다. 한국의 정신병원 평균 입원일수는 197일이나 된다. 강제입원이 선호되고, 입원일수가 긴 것은 병원들이 입원환자 1인당 100만∼150만원을 국가와 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받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강제입원 절차 규정을 까다롭게 바꾼 정신보건법 개정안은 국회의 문턱을 아직 넘지 못하고 있다.
자기결정권을 행사하기 어려운 정신병 환자는 무엇보다 국가나 공공기관에서 책임지는 게 바람직하다. 정부는 사설 정신병원들에 대한 전수조사를 벌여 불법행위와 부실 운영을 일삼는 곳의 영업을 정지하고, 단계적으로 공공기관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기 바란다.
[사설] 환자에게 강제노역까지 시킨 정신병원
입력 2016-04-01 17: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