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완식의 우리말 새기기] 온전히 제자리로 돌아온 명품 옥 ‘완벽’

입력 2016-04-01 20:23 수정 2016-04-01 21:21

“조나라에 화씨벽이 있다던데, 우리 성읍 15개와 바꾸자고 하라.”

중국 전국시대 말 진(秦) 소양왕은 조(趙) 혜문왕이 가진 고리 모양의 명품 옥 ‘화씨벽’(和氏璧)을 빼앗고 싶어 안달합니다. 성들과 벽을 바꾸자는 전갈을 접한 조나라 조정은 아연 난리가 났지요. 들어주지 않으면 그들이 쳐들어올 수도 있고 하니 땅을 취하는 게 낫다는 쪽으로 얘기가 모아집니다. 화씨벽을 들고 진에 가게 된 대신 인상여가 왕에게 말합니다.

“성들을 넘겨받으면 벽을 주고 오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벽을 온전하게 조나라로 갖고 오겠습니다’(完璧歸趙·완벽귀조).”

진왕이 벽만 갖고 땅을 넘겨줄 것 같지 않자 인상여가 꾀를 냅니다.

“그 벽에 흠이 있는데, 알려드릴까요.”

벽을 받아든 인상여가 약속을 지키지 않을 거냐며 벽을 박살내버릴 듯한 자세를 취하고 나서는 깜짝 놀란 진왕에게 덧붙입니다.

“대왕께서는 조왕이 이 벽을 보낼 때 했던 대로 재계한 뒤 5일 후에 예를 갖춰 받으시지요.”

진왕이 그러겠다고 하자, 벽을 들고 숙소에 온 인상여는 수종에게 벽을 들려 조나라로 얼른 가게 합니다. 벽은 완벽하게 조나라로 돌아가지요.

흠 없는 구슬이라는 뜻으로, 결함이 없이 완전함을 이르는 말 ‘완벽(하다)’의 유래입니다. <계속>

서완식 어문팀장 suhw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