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수, 벤치냐 방출이냐 ‘갈림길’…‘악마의 속삭임’된 꾀꼬리

입력 2016-04-01 20:34
미국프로야구 볼티모어 오리올스 김현수가 지난 16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플로리다오토익스체인지 스타디움에서 열린 토론토 블루제이스와의 시범경기에서 1회초 타석에 들어섰다 삼진을 당한 뒤 물러나고 있다. AP뉴시스

김현수(28)가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볼티모어 오리올스의 마이너리그 강등 요청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메이저리그에서 벤치 워머로 전락하거나, 방출 수순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아졌다.

미국 메릴랜드주 항구도시 볼티모어에서 울려 퍼지는 꾀꼬리(Oriole)의 울음소리는 한국 선수들에게 ‘악마의 속삭임’으로 바뀌었다.

김현수의 국내 에이전트를 담당한 리코스포츠 에이전시는 1일 “김현수는 메이저리그 도전을 명시한 계약서 내용을 성실하게 이행하고, 출전 기회를 공정하게 보장받아 선수생활을 원만하게 이어가길 바라고 있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댄 듀켓 단장과 벅 쇼월터(60) 감독은 김현수를 지난 26일부터 시범경기에 출전시키지 않으며 마이너리그 강등을 압박해왔다. 미국 언론들은 쇼월터 감독이 25인 로스터에서 김현수를 제외할 것으로 보고 있다. 김현수는 쇼월터 감독과 우리 시간으로 이날 새벽 별다른 소득 없이 면담을 마친뒤 마이너리그 거부권을 행사했다. 오는 5일 메이저리그 개막을 앞두고 볼티모어 구단이 그에게 제안할 수 있는 두 가지 선택권은 더그아웃의 벤치, 또는 2년 연봉 700만 달러(약 81억원)를 일시불로 주고 방출하는 것이다.

한국 선수와 볼티모어의 악연은 유난히 깊다.

첫 사례는 정대현(38·롯데 자이언츠)이었다. 정대현은 2011년 11월 볼티모어 이적을 추진했지만 ‘간 수치가 높다’는 이유로 메디컬 테스트에서 탈락했다. 윤석민(30·KIA 타이거즈)은 2014년 2월 볼티모어 입성에 성공했지만 시즌 내내 마이너리그 팀 노포크 타이즈에서 맴돌다, 지난해 3월 자진 방출을 요청해 친정팀 KIA 타이거즈로 돌아왔다.

또 지난해 11월 마이너리그 자유계약선수(FA)로 최지만(25)을 영입한 뒤 룰5 드래프트를 통해 LA 에인절스로 팔았다. 김현수는 볼티모어와 한국 선수 사이에서 쌓인 네 번째 악연이다.

프로 이외의 사례도 있다. 2012년 2월 대구 상원고 2학년생이던 투수 김성민(22)은 ‘졸업반 선수만 프로구단과 접촉할 수 있다’는 대한야구협회(KBA) 규정을 위반하고 볼티모어와 계약했다 철회했다. 김성민은 KBA로부터 무기한 자격정지 징계를 받았다.

공교롭게도 이 모두는 듀켓 단장이 쌓은 악연들이다.

류현진(29)을 영입하며 해외 스카우트 총괄 밥 엥글(83) 부사장을 대전구장까지 파견했던 LA 다저스, 박병호(30)를 16세 때부터 관찰하며 영입한 미네소타 트윈스와 다르게 볼티모어는 기록이나 통계에만 의존하면서 실패 사례들을 만들었다.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