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런 선관위가 총선 잘 치러낼 수 있을까

입력 2016-04-01 17:31
4·13총선을 공명정대하게 관리해야 할 선거관리위원회가 잇따라 논란의 중심에 서고 있다. 처신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많다.

선관위는 지난 31일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정의당 후보가 단일화를 하면 ‘야권단일후보’라는 명칭을 써도 된다는 판단을 내놨다. 정의당 후보와 합친 더민주 후보 측 질의에 대한 답변을 통해서다. 이 더민주 후보는 앞으로 명함과 선거공보, 선거벽보, 현수막 등 홍보물에 ‘야권단일후보’라는 표현을 쓸 수 있게 됐다. 그러자 당장 이 지역 국민의당과 민중연합당 후보들이 강력 반발했다. 자신들과 단일화를 하지 않았는데 어떻게 ‘야권단일후보’가 되느냐는 주장이다. 국민의당은 1일 “굉장히 불합리하고 잘못됐다”며 선관위에 재해석을 의뢰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당의 지적은 당연하다. 이번 총선의 수도권 승부에서는 최대 변수로 야권후보 단일화가 꼽히고 있다. 따라서 선관위 결정은 선거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 깊은 고민 없이 내려진 잘못된 결정으로 민심이 왜곡될 경우 선관위는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

앞서 선관위는 투표지 인쇄 시비에도 휘말린 바 있다. 공직선거관리규칙에 따르면 투표용지 인쇄 시작일이 4일인데 서울 구로, 경기 남양주 등에서 사전 인쇄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선관위 측은 투표용지를 하루에 다 인쇄할 수 없어 그랬다고 해명했지만, 더민주에서는 야권후보 단일화가 용지에 반영되지 못하게 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하고 있다. 선관위의 투표 독려 영상도 뒷말이 무성하다. ‘알아들으면 최소 음란마귀’라는 1분18초짜리 영상 중 약 1분이 성관계를 연상시키는 내용이다. 선정성 논란이 일자 선관위는 뒤늦게 영상을 삭제했다.

민감한 시기에는 업무를 정상적으로 처리하고도 정치권으로부터 괜한 오해를 사기도 한다. 그런데 앞장서서 문제를 만들고 있으니, 이런 선관위가 총선을 제대로 치러낼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 선관위의 각성을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