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뉴스통신사인 미국 AP통신이 1930년대 독일 나치 정권에 협조해 나치 선전전에 활용됐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AP통신은 특히 2012년부터 서방 통신사로는 처음으로 북한에 지국을 설치해 북한 정권이 선전하고 싶은 것을 전달하는 창구 역할을 하고 있다는 비판에도 휩싸였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30일(현지시간) 독일의 역사학자 하리에트 샤른베르크가 최근 독일 학술지 ‘현대 역사’에 발표한 논문을 들어 이 같은 의혹이 제기됐다고 보도했다.
샤른베르크와 가디언에 따르면 나치가 독일을 장악한 1933년 이후 당시 대표적인 국제 미디어 키스톤과 월드와이드포토 등은 유대인 고용 등 이유로 폐쇄됐다. 반면 AP통신은 미국이 참전한 1941년까지도 지속적으로 독일에 남아 서비스를 계속 할 수 있었다.
샤른베르크는 이 기간을 나치와 AP가 상호이익을 취한 기간이라고 지적했다. AP는 나치 치하 유일한 통신사로 현지 소식을 외부에 전할 수 있는 특전을 누렸다. AP는 대신 나치의 ‘편집인 법’에 따라 나치에 부정적인 기사나 사진 서비스는 포기한다는 데 동의했다.
특히 당시 AP통신이 고용한 사진기자 프란츠 로스는 나치친위대(SS)의 선전부에서 일하던 기자였으며, 그의 사진은 히틀러에 의해 나치 공보물에 적극 활용됐다. 또 AP가 그동안 축적했던 자료사진과 기사 등도 나치 선전물 제작에 동원됐다. 로스 기자는 특히 1941년 우크라이나에서 나치에 의한 유대인 학살 사건이 있었을 때도 이 사실을 숨기고 소련군 범죄에 초점을 맞추는 사진을 서비스했다고 논문은 지적했다.
이에 AP통신은 성명에서 “AP가 나치에 협조한 사실은 없다”면서 “일부 개인 차원에서 외부에 한 일이나 나치가 AP 자료를 무단 사용한 것은 논문이 나오기 전까지 AP도 모르던 사실이었다”고 해명했다. 또 “그 기간 AP가 있었기에 나치 치하의 상황이 외부에 알려질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가디언은 AP의 평양지국 설립 문제도 지적하며 “AP는 북한 사진을 서비스하는 특혜를 누리려고 북한이 골라주는 사진을 서비스하며 소니영화사 해킹과 같은 북한에 부정적인 뉴스는 눈감아준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서도 AP는 “북한의 사전검열은 없다”고 반박했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
“AP통신, 나치 정권에 협조… 北 선전 전달 창구 역할도”
입력 2016-03-31 21: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