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우편·컴퓨터 등으로 성적 수치심을 느끼게 하는 글이나 영상을 보내 유죄가 확정됐더라도 이들 모두의 신상정보를 등록하게끔 하는 법조항은 헌법에 위반된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헌재는 재판관 6(위헌)대 3(합헌) 의견으로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42조 1항 중 “성범죄로 유죄판결이 확정된 자는 신상정보 등록대상자가 된다”는 부분이 헌법에 위반된다고 31일 선고했다.
이 조항은 통신매체이용음란죄로 유죄판결이 확정된 사람은 법관의 판단 등 별도절차 없이 누구나 신상정보 등록대상자가 되도록 하고 있다. 헌재는 “죄질이 무겁고 재범의 위험성이 인정되는 범죄로 대상을 축소하는 등 다른 수단을 채택하지 않았다”며 이같이 결정했다.
박한철 헌재소장 등 다수의견 재판관들은 통신매체이용음란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행위들이 범행 동기와 상대방, 횟수, 방법 등에 따라 매우 다양한 데 주목했다. 반사회적 장애나 성벽(性癖) 발현에 따라 심각한 성범죄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은 행위들도 있지만, 때로는 단순한 성적 호기심이나 음주 상태에서 일회성으로 하는 행위도 있다는 설명이었다.
이렇게 위험성이 크지 않은 행위까지 신상정보 등록대상으로 삼는 것은 성범죄자들의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에 대한 지나친 제한이라고 헌재는 판단했다. 다만 소수의견 재판관들은 모바일 환경이 보편화된 오늘날 통신매체이용음란죄의 죄질 자체가 결코 경미하지 않다는 의견을 폈다.
이정미 김창종 안창호 재판관은 “비록 물리적인 접촉은 없더라도 현실 공간에서의 성폭력과 마찬가지로 피해자의 자아에 깊은 상처를 남긴다”고 지적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
“통신매체 이용한 음란죄 신상등록은 위헌”
입력 2016-04-01 0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