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지주가 현대증권을 품에 안았다. 은행과 보험사에 이어 대형 증권사까지 보유하면서 윤종규호의 KB금융은 신한금융에 내준 리딩뱅크 탈환에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증권사 인수 2전3기 끝에 인수·합병(M&A) 잔혹사도 끝냈다.
KB금융은 현대증권 매각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됐다고 31일 밝혔다. 공식 발표는 1일이었지만, 현대증권 측에서 사전에 통보를 받은 것이다. KB금융 계열사인 KB투자증권(업계 18위)이 현대증권과 합병하면 대우증권을 인수한 미래에셋, NH투자증권에 이어 업계 3위로 올라선다.
KB금융은 현대증권 인수가격으로 9000억원대를 써낸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지분 매각가격은 3500억원 수준이지만 한국금융지주, 홍콩계 사모펀드(PEF) 액티스와 인수 경쟁을 벌이며 가격이 치솟았다. KB금융은 상반기 내에 협상을 마무리한 후 현대증권을 KB투자증권과 합병할 예정이다.
KB금융은 은행의 당기순이익 비중이 67%에 달해 비은행 부문 강화 차원에서 증권사 인수가 필수적이었다. 하지만 유독 증권사 M&A 시장에서 고배를 마셨다. 2013년 우리금융지주가 내놓은 우리투자증권 인수전에서는 NH금융에 밀렸고, 지난해 최대 매물로 꼽혔던 KDB대우증권 인수전에서도 미래에셋에 패하는 수모를 겪었다. 그 과정에서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의 ‘오너경영’이 주목받은 반면 ‘주인 없는’ KB금융의 한계가 드러났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현대증권을 낙찰 받으면서 체면을 살린 셈이다.
KB손해보험(전 LIG손해보험) 인수에 이어 대어로 꼽힌 현대증권을 손에 넣으면서 라인업을 다양화하고, 순익 비중이 3%에 불과했던 증권부문 비중도 끌어올릴 수 있게 됐다. KB금융은 ‘한국형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BoA메릴린치)’를 표방하며 은행과 증권이 성공적으로 결합한 모델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윤 회장은 “이번 M&A는 인내와 전략적 선택에 따른 결과로 1등 금융그룹 위상 회복이라는 임직원들의 열망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며 “KB금융이 우리 경제의 혈맥이 되고 금융산업 발전이라는 새로운 토양을 만드는 데 더욱 노력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현대그룹은 “현대상선의 구조조정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됐다”며 환영했다. 현대증권 관계자는 “KB금융을 통해 영업력을 확장할 수 있다는 기대감과, 혹시 있을지도 모를 구조조정에 대한 두려움도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한국투자금융이나 액티스가 아닌 KB여서 다행”이라며 “고용 보장과 독립 경영을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
현대證 품는 KB금융… 인수價 9000억에 M&A 잔혹사 끝
입력 2016-03-31 2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