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진에 깃발 꽂기… ‘제2의 이정현’ 누구냐

입력 2016-03-31 21:53 수정 2016-03-31 23:28

4·13총선에서 ‘제2의 이정현’이 탄생할까. 2년 전 7·30재보선에선 새누리당 이정현 의원이 호남에 보수정당 깃발을 꽂았지만 이번 총선에선 야당 후보들이 여당의 콘크리트 지지 기반에 균열을 내고 있다.

◇與 텃밭 대구에 ‘야당 깃발’ 꽂히나=대구 수성갑에 출사표를 던진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전 의원은 여당의 텃밭인 대구에서 높은 지지율을 기록 중이다. 대권 잠룡으로 분류되는 새누리당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와 맞대결 구도에서 앞서고 있다. 지역 정가에선 “야당 의원이 대구에서 한 명만 나오더라도 새누리당엔 큰 자극이 될 것”이라는 김 전 의원의 전략이 먹혀들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두 차례 낙선에도 불구하고 계속 도전장을 던지는 김 전 의원에 대한 동정론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SBS가 TNS에 의뢰해 지난 29일 발표한 여론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4.4% 포인트, 응답률 12.7%)에서 김 전 의원(52.9%)은 김 전 지사(34.6%)를 오차범위 밖으로 격차를 벌리고 있었다. 이는 지난 26∼28일 이 지역 유권자 503명을 조사한 결과다.

더민주 공천 탈락 후 무소속 출마한 홍의락 후보(대구 북을)의 초반 상승세는 다소 의외로 받아들여졌다. 홍 후보는 북갑에서 뛰다가 장애인 우선추천으로 공천을 받아 지역을 옮겨 출마한 새누리당 양명모 후보를 오차범위 밖에서 앞서고 있었다. 이곳은 새누리당 3선의 서상기 의원이 지키고 있었고 그 이전에도 야권 후보가 넘보지 못했던 지역이다. 새누리당에선 “양 후보가 선거운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면 달라질 것”이라는 말이 나왔지만 이미 위기감은 고조돼 있다.

경남 지역에선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고향인 김해 표심이 심상치 않다. 새누리당 김태호 최고위원이 불출마한 김해을에서 노 전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관인 더민주 김경수 후보가 씨름 선수 출신인 새누리당 이만기 후보를 크게 앞서가고 있다.

◇지역주의 장벽에 재도전한 정운천=전북 전주을에선 정운천 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의 선전이 두드러졌다. 새누리당 정 전 후보는 더민주 최형재 후보, 국민의당 장세환 후보와 오차범위 내 접전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 전 장관이 야권 분열로 인한 반사이익을 누린 측면이 있지만 보수정당의 불모지에 연거푸 도전장을 던진 데 대해 민심이 호응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정 전 장관은 2010년 전북도지사 선거에 출마했다가 패배했고 19대 총선에서 전주을에 출마해 35.8% 득표율을 올렸었다.

여야 텃밭에서 나타난 ‘반란’ 조짐은 새누리당 공천 파동과 더민주와 국민의당의 정체성 논쟁 등 집안싸움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은 31일 “주로 20, 30대 인구 비율이 높고 전문직종 등이 많은 일부 지역에서 ‘텃밭 몰표’ 현상이 깨지는 변화가 감지된다”며 “단순히 소속 정당을 보는 게 아니라 인물 경쟁력을 평가하는 경향도 과거보다 강해졌다”고 말했다.

다만 전남 순천·곡성에 새누리당 깃발을 꽂으면서 지역주의 타파의 아이콘으로 부상했던 이정현 의원은 고전하고 있다. 전남 순천에선 이 의원과 더민주 노관규, 국민의당 구희승 후보의 3파전이 벌어진 가운데 노 후보가 선두를 달리고 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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