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서울 용산구 신라아이파크면세점은 한마디로 ‘작은 중국’이었다. 파란색 명찰을 목에 건 중국 아오란그룹 임직원 3000여명이 오후 1시부터 버스에서 내려 차례대로 입장하자 직원들은 중국말로 “환잉광린(歡迎光臨·환영합니다)” “니하오, 펑유(안녕, 친구)”라고 인사를 건네며 응대하느라 분주했다.
면세점 측은 매장 재고를 평소보다 2배 늘렸지만 4시간도 안 돼 일부 제품은 품절됐다. 아모레퍼시픽 설화수의 자음 2종(여윤듀오·옥용듀오)과 라네즈 아이젤·섀도, LG생활건강 후 수연·화연세트 등은 금방 동났다. 동이 난 제품 문의가 이어지자 매장 직원은 연신 “메이 유(없어요)”를 외쳤다. 일부 매장에서는 샘플 전시 매대에서 해당 제품을 빼놓는 경우도 있었다.
중국 광저우에 본사를 둔 화장품·의료기기 제조·판매 회사인 아오란그룹 임직원 6000여명은 지난 26일 단체 포상 휴가로 한국을 방문했다. 신라아이파크면세점은 이들의 첫 쇼핑 일정이다. 31일과 1일 3000명씩 나눠 이곳에서 쇼핑한다. 면세점 측은 이틀간 이들이 올릴 매출이 20억원가량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면세점 전체 매장 중 단연 붐비는 곳은 K뷰티 중심에 서 있는 아모레퍼시픽 설화수, 라네즈, 아이오페 등과 LG생활건강 숨37도, 후 등의 매장이었다. 이곳에서 스마트폰을 통해 중국 내 유통 가격과 비교해보는 알뜰 소비자도 많았다. 설화수 매장은 인파가 몰리며 매장 밖까지 길게 줄을 서서 계산을 기다려야만 했다. 일부 매장에서는 밀려드는 고객 탓에 한 명을 응대하는 동시에 다른 고객의 가격 문의에는 계산기로 숫자를 두드려 빠르게 안내하기도 했다.
신시에찬(35·여)씨는 “다른 나라보다 한국 면세점이 서비스가 좋고 물건이 다양한 것 같다”며 “제품을 둘러보는 재미도 있어서 시간이 부족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의 수첩에는 숨, 헤라, 아이오페, 라네즈 등의 브랜드와 제품명, 수량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친구들이 부탁해 대신 사 가야 하는 제품도 많다고 했다. 그는 “오늘 쇼핑에 약 2만위안(353만원)을 쓸 계획”이라고 말했다.
6층에 마련된 한국 화장품 특화 매장과 7층 지방 특산품·전통 상품관도 유커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북새통을 이뤄 가까이에서 말하는 소리도 들리지 않을 정도였다. 60대라고 밝힌 쩡푸씨의 쇼핑백에는 정관장 홍삼캔디와 건보 말린 홍삼 등이 가득 들어있었다. 아내와 함께 왔다는 그는 “한국 면세점은 가짜가 없고 저렴해서 좋다”며 “물건을 살 때 품질이 보증되니까 한국 제품과 면세점을 또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상대적으로 해외 명품 화장품 브랜드와 4∼5층 명품관은 한산했다.
이날 아오란그룹 임직원들은 한화 아쿠아플라넷 일산을 관광했다. 1일과 2일에는 서울 여의도 63빌딩 갤러리아면세점63도 방문할 예정이다. 대규모 관광객을 유치한 이들 기업은 ‘관광 잭팟’을 터뜨렸다며 흥분된 분위기다. 아오란그룹 궈청린 회장은 향후 포상휴가에서도 신라아이파크면세점을 방문할 것이라는 내용의 협의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면세점 업계 관계자는 “아오란그룹의 방문은 기업회의, 포상관광, 컨벤션, 전시박람회와 이벤트를 포괄하는 마이스(MICE) 관광의 신호탄”이라며 “앞으로 대규모 중국인 관광객을 향한 러브콜이 더욱 거세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유나 기자 spring@kmib.co.kr
“니하오, 펑유”… 3000여 유커들, K뷰티 코너 몰려
입력 2016-04-01 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