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생산 0.8%↑‘봄바람’… 소비·투자는 아직 ‘머나먼 봄’

입력 2016-04-01 04:00
“이제 봄이 오고 있다.”

지난달 7일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부처 내 간부회의를 마무리하며 이런 말을 했다. 그러나 얼어붙은 경제에 아직까지 봄은 오지 않은 듯하다. 생산을 담당한 기업활동은 겨울잠에서 깨어나 기지개를 켜며 움직이고 있다. 그러나 정작 가계는 지갑을 열지 못하고 머뭇거리고 있다. 경기가 바닥을 치려면 소비심리가 완연히 회복돼야 기업들의 활력도 거세져 경기 선순환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엇갈린 지표=31일 통계청이 발표한 ‘2월 산업활동동향’을 보면 전체 산업생산은 전월보다 0.8% 증가했다. 특히 광공업 생산은 전월 대비 3.3% 늘었다. 2009년 5월(4.1%) 이후 6년5개월 만에 가장 큰 폭이다. 제조업 출하도 2.5% 늘어 한 달 만에 플러스로 전환되면서 재고·출하 비율은 1월 128.5%에서 2월 120.0%로 다소 낮아졌다. 생산활동이 회복되면서 제조업 평균가동률도 73.5%로 1.2% 포인트 상승했다.

기업심리도 이달 들어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한국은행이 이날 발표한 ‘3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 및 경제심리지수(ESI)’를 보면 제조업의 업황 BSI는 68로 전달보다 5포인트 상승했다. 지난해 10월(71) 이후 5개월 만에 상승 전환이다.

반면 소비는 여전히 감소세를 보였고 기업투자는 좋지 않았다. 소매판매는 전월 대비 1.8% 감소해 2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감소폭도 1월(-1.3%)보다 커졌다. 승용차 등 내구재 판매는 3.6% 늘었지만 의복 등 준내구재(-2.1%)와 음식료품 등 비내구재(-4.4%) 판매는 크게 줄었다. 설비투자도 전월보다 6.8% 감소했고 서비스업 생산 증가율은 0.3%에 그쳤다.

현재 경기 상황을 보여주는 경기동행지수와 향후 경기 국면을 예고하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도 하향 곡선을 그렸다.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소매판매액지수, 수입액 감소로 100.4를 기록해 한 달 전보다 0.1포인트 하락했다.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도 101.9로 0.1포인트 떨어져 4개월째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갔다.

◇불안 요인 여전한데도 한가한 기재부=통계청 발표 직후 기재부는 보도 참고자료에서 “2월 산업활동은 수출 부진 완화 등으로 광공업 생산이 최대폭 증가하는 등 연초 부진에서 벗어나는 모습”이라며 “3월엔 개소세 효과 본격화, 신형 휴대폰 판매, 경제심리 개선 등으로 소비·투자도 반등이 예상된다”고 했다. 그렇다면 3월에는 경기 회복세가 확대될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여전히 부정적 지표가 곳곳에 상존하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정부가 야심 차게 내놓은 승용차 개별소비세 재인하 조치는 기대 이상의 효과를 내지 못했다. 영업용 차량 과세 강화 등으로 2월 승용차 등 내구재 판매는 3.6% 증가하는 데 그쳤다. 지난해 8월부터 12월까지 진행된 승용차 개소세 인하 효과와 비교했을 때 미미한 수준이다. 지난해 3, 4분기 승용차 판매량은 전년 동월보다 각각 17.5%, 29.8% 증가했다. 광공업 생산도 갤럭시 S7, LG G5 등 스마트폰 출시라는 반짝 이벤트 덕을 봤다. 이벤트 효과가 사라진 3월 광공업지수를 낙관할 수 없는 이유다.

김성태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대외 경제 여건이 연초에 비해 안정됐고 실물지표 하락 속도도 완만해지고 있지만 개선세를 보인다고 하기엔 어려운 수준”이라고 했다.

세종=서윤경 기자 y27k@kmib.co.kr